브런치

아침과 점심 사이처럼 가볍게, 부담 없게

by 가화캘리그라피

느지막하게 여유로운 기지개를 피다가
오분만 더 이불에 얼굴을 숨겼다. 일단 오분만.

꿀 보다 더 꿀 맛 같은 단잠에 스르르 눈을 떠보니

오분은 어느 새 오십 분이나 오바한 상태였다.

아무런 상관 없는 듯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노란 포스트잇 에는 오늘 그녀와 약속 한 시간과 하트가 쿵쿵 거리고 있었다. 마치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와 함께 환해지는 냉장고 안은 그녀가 선물 해 준 블루베리 조각 케이크가 들어있다. 연보라빛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다. 누구와 섞이지 않고도 그 자체만으로도 은은하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예쁜 색깔.


크림이 채 묻은 빈 접시에 포크를 내려놓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머금고,

핸드폰에 있는 그녀 사진을 클릭한다. 보고싶을 때 볼 수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또 미소가 절로다.

번뜩, 무언가 스치는그 무엇에 메모장과 펜을 꺼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할 것 같아

뭉게 뭉게 피어나는 말들을 적어내려갔다.

한 걸음 더 다가간듯 그녀에게서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짧은 한 마디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미안한 목소리.

일주일 후로 미뤄진 날짜는 마치 7년 처럼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너무 미안했는지 메시지까지 보낸 그녀. 하트 이모티콘에 오늘 따라 더욱 그녀가 그리워진다.


그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이

눈으로 보여진다면 손으로 그려진다면

세상이 온통 그녀를 향할텐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핸드폰에 시선이 간다. 안되겠다. 핸드폰을 엎어놓고 그녀에게 쓰던 편지를 다시 적어내려가는데 보고싶다라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보고 싶다. 진하게.


식탁에 놓인 아메리카노는 어느 새 차가워지고,

시계는 어느 새 오전과 오후의 경계를 지나가고 있다. 내 마음만 그대로인 것 처럼. 다들 가볍게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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