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길 위에 서서 묻는다.
이 곳에서 그녀가 했던 차가운 이야기를.
너는 알고 있으리라. 너는 기억하고 있으리라. 다른 이에겐 말 하지 않고 오로지 너의 그 검디 검은 가슴 속에 품고서 말야.
뜨거우면 뜨거운대로, 차가우면 차가운대로,
누군가 지나가면 그 발자국 위로,
누군가 멈춰서면 그 발자국 으로,
살며시 스며들었다가 그렇게 흘러들었다가
잠시 동안 한 눈 팔았다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서는 가만히 누워, 다시 그녀를 기다린다.
또 다른 그도, 또 다른 그녀도, 함께 한 당신도
언젠가 다시 이 곳에서 만나 그 때 나누었던
얘기를 사랑을 다시 이어갈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뜨거워진 가슴 대신 숨 죽여
바라본다. 돌아선 발자국이 먼 곳을 돌고 돌아 다시 돌아 올 때 까지 기다린다.
안올 줄 알았던 그 날이 왔다.
유감스럽게도 기다리던 그 모습은 아니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걸어오고 있다. 다정히 손을 잡은 채.
나와 나눴던 그 곳에서,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조용히 들어주었다.
축하한다는 말은 하지 못 할 것 같아서.
발 위로 쌓여가는 사랑도 추억도 그렇게 또 커져가고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채 숨겨지기도 전에 또 다른 발자국이 새겨진다.
그냥 담담히 그 발자국의 이야기를 새긴다.
그리움이란 감정이 초콜릿 처럼 녹아 향기도
색깔도 점점 진해진다.
너는 알고 있으리라.
아무도 모르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