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추억 한 권, 그대 추억도 한 권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 사이로 긴 숨이 새어 나온다. 답답했는지 피곤했는지 틈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책을 두어 권 꺼냈다.
병아리 처럼 샛노랬을 책이 많이 바래져 있다.
나도 모르게 주름 사이로 책 속에서 그녀를 느낀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예전 우리 처럼,
뜨겁게 사랑하고 또, 뜨겁게 다투고
그러다가 또 다시 뜨겁게 사랑을 하고 있다.
글씨를 읽어내려가는 눈과 달리, 책장을 붙잡고 있는 손은 멈춰버렸다. 주인공들처럼 그녀와 함께 했던 그 시간 속에서 처럼.
'기다리지마...'
기다릴게 라고 들린다. 지금도 널 기다리고 있다라고 들린다. 이 한 마디가 남긴 여운이 새벽 밤 처럼 길게 깊어만 간다. 짙어만 가는 마음 속은 책을 덮어도 그대로다. 다시 꽂아놓고 돌아서지만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 처럼, 하염 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 결국 발걸음을 돌린다.
추억 한 권이 누군가의 어깨에 툭 기댄 채,
그의 모습도 작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