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맛있다

달콤한 한 입, 달큼한 두 입, 시큼한 세 입

by 가화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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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베어 물었다.
두 번 베어 문 흔적이 그대로다.

기다렸던 기대했던 그런 모양이 아니다. 그런데 이미 찍혀 버린 내 입술 모양을 바꿀 순 없다.
다시 시작할까. 손에 쥐어진 그 사랑이 자꾸 날 유혹한다. 미련인지 동정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사랑을 놓을 수가 없다. 손에선 따뜻했던 그녀의 온기 마저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뒷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면 보이기라도 하듯 바라 보고 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랑을 한 번 더 베어 물었다. 씹을수록 처음 느껴보는 맛이다. 그 동안 기억하고 싶지 않은 맛 이었을 수도.

시큼하다.

얼굴을 있는 힘껏 찡그린 채 얼마나 지났을까.

물 한 모금에 목을 축이고 한숨을 푸 내민다.

손에는 세 모금의 흔적이 여기저기 나 있는 사랑이 굳어있다. 돌덩이 보다 더 단단하게.


차가운 도시가 보인다.

그렁그렁 맺힌 눈방울처럼 투명하기까지 하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녀가 어디있을지 찾아보는 나를 발견하고는 사랑을 다시 베어문다.

하지만 이제 베어지지가 않는다. 굳어버렸다.

더 이상 변하지 않을 것 처럼. 그녀도 그 사랑도.

돌아가고 싶지만 맘 처럼 몸이 움직여지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 코 끝에 찾아 온 차가운 바람이

유난히도 시리고 시리다.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더욱 그리워진다. 공기에 실리는 그녀의 냄새도,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그녀의 흔적도, 기억도 다 베어문 자국 그대로다. 그대로 멈춰버렸다.


강렬하진 않았지만 자꾸 생각난다.

자꾸 입안에서 맴도는 그 맛이 그립다.

다시 맛 볼 수 없을 것 같아 아쉽다. 그리고 슬프다.

다른 건 한 입도 베어 물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도 안다. 다른 맛에 익숙해져야한다는 현실을 알기에

더욱 잊지 못하는 그녀의 사랑에 다시금 힘을 주어 입을 꾹

다물어 본다. 주름이 더욱 깊게.

아름다웠던, 아름답고, 아름다울

사랑이 아직도 강렬하게 베어지는 중 이다.

괜찮다고 되뇌이며, 베어 문 사랑을 또 한 번 바라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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