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이와 또 다른 이별
유난히 상큼한 봄이 옴을 느꼈다.
흘러가는 바람이, 흘러가는 구름이
흘러가는 꽃잎과 사랑이,
그냥 그랬던 그들에게서 싱그런 숨을 느꼈다.
어느 날, 휴대폰에 낯선 기다림의 이름이 떴다.
그의 이름이 어색했던지 신고 있던 핑크색 플랫슈즈에 잠시 한 눈을 팔았다. 장식으로 달린 리본까지 꼼꼼히. 휴대폰은 마지막 노랫소리를 채 마치지 못하고 쫓기듯 끊어졌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손에 움켜 쥔 휴대폰을 더 꽉 움켜졌다.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을까. 서둘러 핸드백에 넣고 걸음을 옮겼다.
싱그럽던 바람은 어느 새 차디찬 바람으로 다가왔다. 한껏 움츠린 채, 버스 정류장 앞에 도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기다리던 버스가 저 멀리 모습을 보인다. 한 발자국 앞서는데, 누군가도 내 옆으로 한 발자국을 옮긴다.
낯설지 않은 그의 향기.
얼어붙은 몸 처럼 마음도 얼었는지 이상하다.
좋은 건지 나쁜건지 모를 정도로.
함께 일 때, 자주 가던 카페 앞.
함께는 아니지만 그와 함께 들어섰다. 어색한 공기를 그윽한 커피 향기가 잠시 나마 녹여주고,
따뜻한 커피 향기 사이로 보이는 그의 얼굴은 좋아 보이지도, 안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한 때는 다 안다고 생각 했던 그가 누군지 모를정도로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없어서 일까.
떨어져 있던 시간 동안 나도 몰랐던 마음이 많이 변했나 보다. 사랑이 떠났음을 느꼈다.
내 앞에 그가 이젠 '사랑 했던' 사람이라고 내 마음이 내 얼굴이 내 미소가 말해주는 걸 보니.
이별이 이런거구나. 첫 번째 이별과는 다른 느낌의 이별이다. 설렜던 그의 앞에서 꺼내든 이별이
그렇게 차갑진 않다. 미지근해진 커피를 손에 꼭 쥐고 그와 만났던 곳에서 그와 진짜 이별을 한다.
살랑이던 바람이 다시 한 번 두 뺨을 스치며 또
다른 싱그러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