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외롭게 내리던 어느 날,
갑자기 화창한 하늘에 내리는 비가 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 밖으로 해를 바라보고 싶던 내 여유가 뺏겼단 이유로, 흐린 하늘을 보고 싶지 않았던 이기적인 내 생각으로, 짜증이란 감정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니 여기저기 잊고 있던 감정들까지 다 데리고 와버렸다. 버튼 하나만 있음 바로 폭발 할 정도로. 오늘은 어제보다 몸도 마음도 힘들다.
아프면 쉬는 게 약 이듯, 아픈 내 맘도 약이 필요했다. 아무런 터치 없이 그냥 내버려뒀다. 오히려 그게 더 큰 짐을 덜 수 있을거란 생각에.
참, 신기하게도 변화가 일어났다. 내 눈도 마음도 그리고 생각까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굵어지는 빗방울이 예뻐보였다. 투두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을 향해 전진하는 비가 참 멋져보였다.
아래로만 향하던 시선을 위로 옮겼다.
눈 앞에 검은 전깃줄, 그 위에 비둘기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굵어진 빗방울 아래 그냥 아무렇지 않게 털을 고르고 있었다. 원래 그랬다는 듯이.
내리고 내리는 비는 언제 그칠줄도 모르는데,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그녀 처럼 빠르게 달리지도,
우산을 차에 깜빡 두고 내린 그이 처럼
지붕 밑으로 달리지도 않고, 가만히 그렇게 비를 맞고만 있다. 마치 비가 오기라도 기다렸던 걸까.
처음엔, 비를 맞고 있는 녀석들이 불쌍했다. 괜시리,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 갈 모습에 안쓰럽단 생각까지 드는
오지랖까지 발동 했다.
한 마리가 이대로 안되겠다 싶었는지, 자리를 박차고 날아가버렸다. 아님 무슨 급한 일 이라도.
나머지 두 마리는 여전히 예쁘게 앉아있다. 자세히 보니 둘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꼭 붙어 서로를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득, 그 조그만 새들을 보다 보니 내가 너무 작아보였다. 조그만 일에도 심술이 나고, 기분도 상하고, 흘러가는 일을 흘려 보내지 못하고,
하루 종일 며칠 몇 날을 뒤척거리고.
날씨가 좋으면 좋다고 투덜,
비가 오면 온다고 투덜,
무심한 나한테도 그런 내 곁에 있는 그녀한테도,
변해가는 나한테도 그런 나를 떠나간 그녀한테도,
비는 이제 서서히 그치는데,
내 마음은 여전히 심술이다.
이제는 내 곁에 그녀가 없어서 그런가.
비가 오던 모습이 좋아질 때 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여유를 찾았더라면,
비둘기 두 마리가 머리 아프게 비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함께 였던 것 처럼,
나도 그녀 곁에 끝까지 함께 였더라면
흘려보내야 할 것 대신 흘려 보내지 말 것들을
다 흘려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녀의 눈물이 보인다. 지금은 닦아 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