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간 안에서의 빛, 조명 감상하기

Lighting Solution

by 창밖

자연 속에서 빛을 즐기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쉽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모닥불의 흔들림이나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면 되니까요.



하지만 실내 공간에서는 빛을 감상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공간 안에서 빛은 결코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천장과 벽, 바닥과 가구까지, 모든 요소와 긴밀히 관계를 맺으며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습니다.


먼저 내가 서 있는 공간을 천천히 읽어보는 것에서 시작합시다. 이 공간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을까요? 휴식이 주된 목적인 아늑한 라운지인지, 집중을 위한 사무 공간인지, 활기 넘치는 카페인지 그 성격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공간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를 하나씩 짚어봅니다. 천장은 얼마나 높고 어떤 소재인지, 벽의 색상과 재질은 어떤지, 바닥의 질감이나 반짝임 정도는 어떤지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그다음, 공간을 채우고 있는 빛의 근원인 광원을 찾아봅시다. 넓은 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지, 천장에 격자 형태로 배열된 직부등이 균일한 빛을 뿌리는지, 아니면 커다란 테이블 위에 낮게 늘어진 펜던트 등이 공간의 중심을 잡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제 빛 자체의 형태와 성격을 관찰할 차례입니다. 빛이 공간 전체로 부드럽게 퍼져있는지, 혹은 특정 영역에 명확한 형태로 집중되며 대비를 이루는지 봅니다. 빛이 만드는 그림자와 벽이나 바닥에 그려진 패턴까지 놓치지 않고 관찰한다면, 어느새 빛이 공간에서 어떤 의도를 수행하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렇게 빛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어느새 공간의 분위기와 목적에 맞춰 조명이 어떻게 계획되고 설계되었는지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하고,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공간이 디자이너의 감성과 의도가 담긴 섬세한 풍경으로 다가올겁니다.




1 공간을 분석하기


2 광원을 찾아보기


3 빛을 발견하기








얼마 전 다녀온 스타벅스 리저브 도산점이 바로 그랬습니다.




2025년 5월. 최근에 문을 연 리저브점으로 이 곳은 커피를 파는 공간 뿐만 아니라 칵테일도 판매하는 카페와 바의 성격이 섞인 공간이였습니다. 기존의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스타벅스 매장들과는 다르게 조금 더 프라이빗하고 텐션 있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이 공간의 광원과 빛의 형태를 찾아보니 엠비언트 라이트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대신 좁은 빔각의 스포트라이트들을 테이블, 사이니지 위로 정교하게 떨어뜨려 밀도 있는 빛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중앙에는 가습기 형태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인공 모닥불 조명이 있었는데 아주 낮고 따뜻한 색온도가 공간 전체에 또 하나의 감성적인 레이어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간접조명과 확산광을 최소화 + 빔각이 좁은 스포트라이트를 섬세하게 설계

낮은 색온도의 인공 모닥불로 감성적인 빛의 레이어 추가

낮에도 블라인드로 자연광 조절



물론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의도하지 못한 요소들, 이를테면 기존 건물의 넓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강한 자연광이나 건너편 건물에서 넘어오는 밝은 매장 빛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요소들은 공간의 긴장감을 다소 희석시켰습니다.


만약 이런 문제라면 자동 조절되는 블라인드로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낮에는 통창의 상부를 막고, 해가 진 후에는 통창의 하부를 가려 자연광과 인공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요.


사실 지금처럼 완성된 공간을 보고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건 쉬운일일 겁니다. 이미 결과물이 눈앞에 있고 그것을 읽고 감탄하고 비판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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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설계를 하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보면 얘기는 전혀 다릅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상상하고 수많은 요소를 머릿속에서 예측하며 빛과 공간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그려내야 합니다. 물론, 조명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지만 모든 요소들을 계산할 수는 없거든요. 이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수많은 변수와 조건을 머릿속에서 입체적으로 맞춰가는 일입니다. 어쩌면 노하우와 경험이 전부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공간과 빛을 꾸준히 분석하고 읽어내는 연습을 합니다. 공간과 빛이 만드는 관계를 읽어내는 힘을 길러서, 설계할 때마다 공간의 열쇠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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