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위클리 비즈 4월 10일
뉴 노멀(New Normal)은 미국의 벤처 투자가 로저 맥나미(McNamee)가 사용한 단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2년까지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예전에 비정상적으로 보였던 일들이 점차 아주 흔한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는 신창타이(新常態)라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에는 BC(Before Corona), AC(After Corona)라는 말이 생겨났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 발생 이후 우리 사회에 비대면·비접촉이 일상화된 점을 들어 ‘뉴노멀 2.0’ 시대를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코로나 이후에 대한 논의들이 많다. 코로나 이후, 뉴노멀 2.0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일까? 원격 진료를 지원하는 법일 수도 있고, 온라인 교육을 위한 시스템일 수도 있다. 화상 회의와 협업을 위한 화상회의 시스템이나 업무용 메신저 같은 도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하지도 통제 가능하지도 않은 코로나 19와 같은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 시기를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맞아야 할까.
첫째, 인식(認識) 전환이 필요하다. 예측 가능하지도 통제 가능하지도 않은 변화가 앞으로는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놀라지 않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대응의 첫번째는 마음의 준비이기 때문이다. 변화에는 예측가능성을 기준으로 산술급수적 변화와 기하급수적 변화가 있다. 확산 속도를 보면 코로나 19는 기하급수적 변화에 속한다. 기하급수적 변화는 그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통제 가능하지 않다. 초연결성으로 인해 모든 것이 융합되고 공유되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는 이런 기하급수적 변화가 일상이라고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둘째, 신속한 감지(感知)이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길은 빨리 감지하는 것이다. 감지를 빨리 하기 위해서 우리 조직의 시선을 이제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려야 한다. 외부로 돌려진 단 하나의 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100개, 1000개의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예전 일본에 단카이 세대라는 말이 있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말한다. 일본어로는 단카이(だんかい·團塊)로, 퇴적암 속에서 어떤 특정 성분이 농축·응집되어 주위보다 단단해진 덩어리를 뜻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단단하게 하나로 뭉쳐진 조직이다. 이런 조직으로는 외부 환경을 변화를 민첩하게 감지할 수 없다. 조직을 구성하는 각각의 개인이 자율적으로 살아 있는 조직이라야 감지를 잘할 수 있다
셋째, 유연성이다. 놀란 듯이 반응해야 대응을 잘 할 수 있다. 변화를 통제할 수 있을 때에는 상명하복(top down)처럼 일사불란한 폭포수(waterfall) 접근 방식이 일처리에 가장 효율적이었다. 전체 일을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마감시간을 정하고 그 마감시간에 맞추기 위해 밤을 세우는 ‘돌격대’, ‘100일 작전’과 같은 방법이다. 실제로 한강의 기적이 그런 작업방식 속에서 일어났고, 중동의 건설 수주가 그렇게 가능했다. 이것과 반대의 접근 방법은 ‘대응’에 초점을 둔 애자일(agile·민첩하게) 방식이다. 애자일은 현장의 담당자가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며 끊임없이 반응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방식이다.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휩쓸어간 흑사병은 봉건제 기반을 무너뜨리고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출발시킨 단초로 알려져 있다. 흑사병이 토지에 묶여있던 개인을 풀어준 것처럼, ‘코로나 19’는 어쩌면 조직에 묶였던 개인을 풀어주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지나친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