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신문 2021, 02,21
20세기 대표적인 조각 작품으로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조각이 있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실존의 불안을 딛고 당당히 걷는 인간을, 끔찍한 전쟁을 겪은 후 길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살아내야만 하기에 부서질 것처럼 앙상한 몸을 이끌고 큰 폭으로 걸어가는, 인간 실존 의지를 형상화한 스위스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이다.
올해 2021년 경북경제진흥원의 슬로건을 계속 나아가다, 전진하다는 뜻의 'Move On'으로 정했다.
이 슬로건을 정한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우리의 사라진 일상, 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그래도 걸어야 하는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조각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경상북도경제진흥원이 지난해 12월 21~24일 지역 제조 중소기업 366개사를 대상으로 경기 전망을 조사한 경북 제조업 경기지수, 즉 GMI(Gyeongbuk Manufacturing Index)에 의하면 2021년 업황 전망은 기준 100 대비 90.5를 기록, 지역 제조 중소기업 상당수는 올해 체감 경기를 여전히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규모별로는 50인 이상 기업이 98.1, 50인 미만 90.3, 10인 미만 88.2를 나타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그럼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변화로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그래도 걸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뒤를 보면 안 된다.
온라인 주문만 받아 판매하는 불 꺼진 매장이 성공을 거두며 이를 나타내는 '다크 이코노미'(Dark Economy)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과거의 상식을 깨며, 코로나로 달라진 세상이라는 뉴노멀을 대변하는 일이다. 한 번 변화된 것은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뉴노멀이다. 전진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들과 결별이 필요하다
둘째, 첫걸음을 떼는 데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개 속에서는 누구나 안개가 걷혀 앞이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첫걸음을 쉽게 떼지 못한다. 그러나 기다리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안개는, 모호함은 이제 상수이다. 예측 가능한 미래가 보이는 세상은 끝났다. 담대하게 안개 속에서 첫걸음을 떼보라고 권하고 싶다.
셋째, 피보팅(pivoting)이 필요하다.
안개 속의 전진은 직진이 아니다. 더듬거리며 나아가야 하고, 길이 보이지 않으면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 와중에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이룬 일 중의 하나가 여객기 좌석에 화물을 실어 나른 대한항공의 변신이라고 한다. 이동시킨다는 핵심 역량에 기반한 피보팅이다. 그 결과 대한항공의 국제선 승객은 90% 이상 감소했지만 대한항공은 코로나 와중에 2·3·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코로나로 안개 속처럼 사방은 모호하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일상은, 비즈니스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Move On(계속 전진시키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