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비 May 15. 2022

왜 나는 정석적인 커리어 패스를 걷지 않는가

나는 왜 데이터로 일을 하게 되었는가

왜 나는 정석적이 커리어 패스를 걷지 않는가

이런저런 아티클을 읽다가, 오랜만에 내가 왜 데이터 분석가로 커리어를 시작했는지 돌아보았다.

내가 그동안 써왔던 이력서들, 커버레터, 업무일지, 일기 등을 보며 어떤 패턴이 존재하는지, 그 시작점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니 내가 "왜" 일을 하는지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지 "어떻게" 할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었을 뿐이었다.


이전에 대학교에서 나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취업률 99.2% 였던 회계 전공을 때려치우고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이때 심리학 또한 고려해보았다). 그리고 그 쯤 나는 돈이 세상이 숨기고 있는 깊은 의미들을 발굴하고 해석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 투자 클럽에 들어가고, 실제로 학교의 주식 펀드도 1년간 팀원들과 운용해보았다(12억이나 관리하게 해 준 학교에서 건배를!). 그러다가 주식분석 자체에 대해서 실망하고 대학원을 가기로 결심했었다.


잠시 한국에 돌아와 군대에 간 사이에 데이터 분석이라는 것이 엄청 핫하게 떠올랐다. 회사에 들어가 그 회사의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데이터 분석에서 시작하여 인공지능 분야까지 커리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커리어에서 나는 정말로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이것저것 도전해보았다. 그 와중에 나의 결점과(내 결점을 품어준 모든 동료에게 감사한다) 장점을 알게 되었고, 데이터 분석 커리어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고, 그 와중에 가졲같은 회사와 가졲같은 상사들 아래에서 일을 해본다는 매우 축복받은 경험을 가지게 되었는가. 수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그 수많은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찾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배워 볼 수 있었다 (가졲 같아서 내가 풀어보려 했다는 말이다). 5년 차에 "좋은 말들은 다 때려치우고 회사 문화, 리소스 배분, 인사평가 체계, 매출 구조, 그리고 당신의 성과를 보자"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면 충분히 앞서 나간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 보니 벌써 데이터 분석가로 일한 지 5년 차가 되었다. 그 와중에 느낀 것은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고 싶다는 열망은 더 커졌지만 데이터 분석가라는 포지션은 내가 더 커져감에 따라 나를 이끌어주는 가이드에서 나를 묶어두는 창살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분석할 수는 없으니 그냥 내가 재미있어하는 질문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이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이직이 아닌 전직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거시적으로, 데이터 적으로, 기획적으로, 프로그래밍 구조 적으로 회사를 이해하고 변화시켜 보려고 한 것이 내가 5년간 쌓아온 자산이고 이를 통해 어떤 전직을 하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원래 시간과 생각을 진심으로 갈아 넣으면 안 되는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생각해보니 결국 내 가졲대로 결정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잘 온 것 같다. 뭐, 내 인생 내가 책임지는 것이지 남이 결정하는 것 아니지 않은가.


이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얼추 그림만 그려져 있지만, 이러나저러나 결국 내가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데 온 힘을 다해 달려 나아갈 것이라는 것은, 그리고 그 와중에 데이터가 나의 핵심일 것이라는 것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바뀌지 않을 길이라는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데이터 분석이라는 업에 관하여 (+ 앞 광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