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쓸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상념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는 만큼 나의 업과 관련된 고민, 배움, 상상,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단상들을 짧게나마 적어 쌓아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남기고 싶은 글들이 생긴다. 그렇게 나의 생각들을 글로 적다 보면 그 글들이 내가 되고, 내가 그 글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나는 분명 이러한 글을 쓰려고 한 적이 없는데, 그런 글들이 적혀 있고, 어느 순간 내가 그 글을 삶에서 밟아 나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림짐작 하기 위해,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를 만들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이는 반대로 말하면, 글쓴이들은 아직 자신이 쓴 글을 살아 나아가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사실 나에게 있어 글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이기적인 행위인 것 같다. 나는 글을 쓸 때 어떻게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나 자신이 글을 쓰도록 강제 함으로써 내가 모호하게 꿈결 속에서 알고 있는 것들을 구조적인 사고체계로 구체화하고, 더 자세히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이전에 쓴 내 글들을 읽으면 어떤 체계적인 지식의 전달보다는, 미로를 헤매듯 이리저리 생각을 이어 나아가며 무언가를 찾는 듯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혹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생각과 억지로라도 연결해 보며 좀 더 참신한 생각을 찾기 위해 시도해 본 글들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넋두리를 쏟아내듯 나조차 모호한 감정들을 눈 뭉치듯 모아서 하나의 주저리로 세상에 내보낸다. 

이렇게 개인적이고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쓴다고 하면서, 왜 타인들이 볼 수 있도록 브런치 같은 곳들에 글을 써 올리는 것일까. 매우 신기하게도, 정말로 사적이면서도 내가 원하는 질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에게 읽힐 것이라는 것을 가정해야만, 그리고 타인이 읽을 것이기에 어느 정도의 형식과 논리의 흐름을 갖추어야 한다는 강제성을 나 자신에게 부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내보일 수 없는 일기 같은 글들은 오히려 수많은 감정들의 혼돈의 집합이 되어버리지 내가 원하는 새로운 생각과 나 자신에 대한 앎을 찾아 나아가는 글이 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만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글 쓰기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엄청 뛰어난 작가이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단지 한도 끝도 없이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격해지는 구간과 주제가 나오고, 이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이겨내 이를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써 나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글의 방향과 내용이 정해진다고 한다. 

나는 이 말에 매우 동의한다.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쏟아내고 싶은 감정의 격류와 생각의 확산을 겪게 된다. 그 순간, 그것을 글로서 써 내려가면, 그것은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타인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

그렇기에 글쓰기를 추천한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나 자신을 써내려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써내려가진 것들은 내가 모르는 나이자 앞으로의 나 일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늠의 도움으로 위의 글을 내 취향에 맞는 그림으로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