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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Mar 04. 2024

서비스에는 빈 공간이 필요해

글의 틀과 문화의 틀

좋은 글은 상상의 여지를 준다.
전부 다 알려줘 분주하게 하지 않는다.
좋은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애플의 디폴트 앱들을 써보면, 모든 기능들이 자기주장을 끝도 없이 펼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녹아져 있다. 내가 디자이너라면, 기획자라면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능들을 넣고 또 강조하고 싶었을까. 내가 만든 것을 내보이지 않고 사용경험 속에 선물처럼 녹아들게 하는 것, 즉 적절한 근접도를 설계하는 것은 어쩔 때 보면 기능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다.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상상한 수많은 장면들을 모두 단어로 치환해 독자의 머리에 욱여넣고 싶다. 내 상상을 이리 보라고 끌고오고 싶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와 장면은 상상력의 공간을 제한하고, 제한된 공간은 엉클어진 실타래처럼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아무리 좋은 것 이더라도.


그래서 서비스를 만들 때마다 많은 고민이 터져 나온다. 너무 가려두면 사람들이 못 알아보고 팀 성과도 추락한다. 너무 보여두면 서비스가 지저분하고 고리타분해진다. 어떤 뉘앙스로 어떻게 새로운 기능을 보여줄지 고민하다 보면 하루가 꼴딱 넘어가는 건 하루이틀이 아니지.


그래서 디자인 리드와 프로덕트 리드가 있는 것일까. 글 쓰기 전 글의 구조를 세우듯, 전달할 맥락과 분위기를 정하듯, 글 수를 제한하듯, 서비스가 꼭 따라가야 하는 추춧돌을 다지고 알리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 아닐까.


아 그런데, 그 기반들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보면 머리가 깨진다. 광활한 솔루션 스페이스 내에서 최적의 정답은 없고 상상한 정답만 있기에 누구도 명확히 말하기 힘들다. 'Simple Is Best'라 하지만 아닐 때도 있고, 'Experiment Is Must'라 외치지만 실험 못할 때도 있다. 그런 고민들을 겪고 넘으며 만들어진 문화라는 글 틀이 좋은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누가 그런 고통을 겪고 싶을까. 그래서 다른 사람이 쓴 책과 강의를 탐닉하고 적용해 본다.


근데, 내가 겪지 못한 고통은 내 삶이 아니듯, 내가 견뎌내 쌓지 않은 문화는 내 문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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