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업무 범위를 정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가 그리고 사이언티스트라는 포지션은 데이터를 사용하려는 회사들에 정말로 필요해 보이지만, 또한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정말로 애매한 포지션이다. 단순히 리포트를 만드는 것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또 전문적인 연구를 한다기에는 전문 연구원들이 있다. 그렇다면 데이터 분석가와 사이언티스트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내 개인적인 정의는 아래와 같다
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서비스에 도움이 되는 분석을 하는 것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회사의 데이터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서 쌓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서비스에 변경이 있을 때마다 누군가가 데이터를 항상 설계하고 검토해야 하는데 이 모든 일들이 데이터 분석가 혹은 사이언티스트에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데이터에 관한 모든 것들을 그 포지션의 사람들이 해결해주기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데이터 분석가가 하다 하다 속이 터져서 내가 가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서비스의 종류와 회사의 문화에 따라 이런저런 "데이터" 관련 일들이 마치 자석처럼 데이터 분석가에게 달라붙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이런저런 꼭 필요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다양항 업무들을 방향성 없이 처리하다 보면은 모든 것이 흐지부지 되고, 또 데이터 분석가라는 포지션 자체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가장 베스트로는, 회사 내에 데이터 분석가 혹은 사이언티스트 시니어가 이미 해당 포지션에 대해사 체계를 잡아놓은 경우 위와 같은 것들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정의된 일들을 해 나아가면서 추가적인 하고 싶은 업무들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보통의 대부분의 경우) 데이터 분석가가 자신의 정체성, 즉 R&R을 잡아 나아가는 수 밖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데이터 분석가 및 사이언티스트 들이 이러한 것을 정~~~ 말로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논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잘 하지만, 회사 구조 내에서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정체성을 정하고 그 정체성을 따라서 자신이 할 일들을 정하고 추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이러한 R&R 및 기타 회사생활에 대한 부분들을 Product Manager(PM)들로부터 배우고 의식적으로 찾아 나아가기 전 까지는 많은 실수와 실패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실패들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준 PM들에게 굉장히 감사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엔지니어를 한 팀으로 묶어서 일을 팀으로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많은 경우 그냥 데이터 분석가 한 명을 고용하여 기획팀이나 마케팅 팀에 끼어넣은 후 알아서 잘하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런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아래와 같은 일들을 어느 순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 서비스 데이터 관리 (데이터 설계, QA)
2. 서비스 분석 (우리 유저는 어떤 유저인가?)
3. 지표 모니터링
4. 리포트 생성
그리고 위의 일을 하다 보면은 또 아래와 같은 일을 추가적으로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 분석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적재하고, 불러오고, 분석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제안 및 리딩 (데이터 이곳저곳에서 불러오고, 대용량 데이터 쪼개서 사용하고, 개인 데이터 어딘가에 마구잡이로 저장 하다하다 짜증 나서)
2. 코딩을 몰라도 쉽게 분석할 수 있는 분석 툴 도입 (모호한 질문들, 기획에 사용되지 않는 분석 결과들, 자기들이 할 수 있는데 미룬 지표 모니터링을 보다보다 안 되겠어서 그냥 각자 분석할 수 있도록)
3. 리포트 자동 생성 및 관리를 위한 데이터 파이프라인 도입 (매일매일 별것도 아닌 수치들 뽑는데 몇 시간씩 시간 투자하는 것이 짜증 나서)
4. 유저 페르소나 작성 및 그룹핑 (유저들에 대해서 분석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서비스의 유저들이 어떤 유저들인지 감이 안 잡혀서 분석 결과를 해석하기 어렵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거기에 필요한 기반 업무들이 되어있지 않고, 그 기반 업무들 하려다 보니 다른 업무들도 하게 되는 무한의 업무 사이클이 돌아가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면 모든 업무들이 어중간하게 완료되어 있고, 또 새로운 업무들이 계속 쌓이는 것을 보면 해당 포지션에 대한 현타가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가 포지션의 정체성 (R&R)을 명확히 세우고, 그 정체성에 따라서 업무 순위를 조절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회사의 한 PM분이 주신 조언을 바탕으로 설명하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래의 리스트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1.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 무엇인가?
2.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인 무엇인가?
3. 다른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위의 3가지를 정의했다면 그다음은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해야 한다
1.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내게서 바라는 것들 사이에 어떤 간격이 있는가?
2. 그 간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3.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 그리고 타인이 내게 바라는 것들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진행시킬 수 있을까?
4. 그래서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들은 무엇인가?
위의 3가지 정의와 4가지 질문들에 답을 하다 보면은 지금 이 환경에서 데이터 분석가는 어떤 포지션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가 나아가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러한 정체성의 확립은 모든 기획자 및 비개발자들에게 필요한 일 이기도 하다. 개발자 같은 경우 내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또 하고 있는지 명확 하지만, 비개발자들의 경우 내가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치열히 고민해야만 "생각" 이 들어가는 업무들의 방향을 명확히 잡고 나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간과할 수 있지만, 이러한 자신의 롤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면 모든 업무들에 있어서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점들이 끊임없이 생기고, 이러한 의문들은 일 자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다
결론적으로 데이터 분석가로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아래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회사에서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 남이 바라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