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데이터 분석가라는 불분명한 포지션에서, 나의 롤을 만들어 나아가며 생각한 것 들
회사에 들어가던, 프리랜서를 하던, 혹은 회사를 세우던 상관없이 우리는 세상에서 우리의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하다. 돈은 정말로 중요하다. 그리고 벌어도 벌어도 끝이 없이 마시고 싶은 소금물처럼 돈을 원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정서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의 방향과 목적을 만들고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데이터 분석가라는, 어떻게 보면 서술형 문제 같은 포지션에서 나 또한 나의 목적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갈길 없는 방황과 너무나도 진부하게 제시된 목표들, 대안 없는 현 상황들을 넘고 넘어가면서 나의 역할과 책임들을 만들어 나아갔다
입사 초기에는 어떤 일이라도 주어지면, 나는 그것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나는 세상을 더 잘 알고 싶었고, 데이터를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경계를 더 넓히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그때 간과한 것은, 내가 서 있는 바로 지금 이 회사가 어떤 세상인지 나는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나는 회사라는 세상이 어떤 형식으로 굴러가고 있고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원하는 목표만 바라보고 있었다.
회사는 결국에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유의미하다는 것을 설득시키기 위해 미션과 비전을 새운다. 회사의 구성원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가치를 만들기 위해 내가 어떤 것을 기여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나의 삶의 방향과 회사의 비전이 적어도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찾아내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련의 연속 과정인 것 같다
기획자나 프로그래머, 혹은 마케터 같은 포지션은 선배들이 이전에 쌓아놓은 방향을 참고하여 나만의 방식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혹은 사이언티스트라는 생소하고도 어색한 포지션에 발을 담그면서, 나는 나의 방향을 내가 직접 찾아 나아가야 했다. 내가 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면 나는 필요 없는 것인가? 나는 회사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가? 내가 정말로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생각들을 하다 보면 마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한, 회색의 끈적이는 진흙이 머리에 가득 찬 두통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와 포지션에 대한 고민은 나의 인생에 대한 이정표를 생각하게 되고, 더 나아가 나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필사적으로 나의 정체성을 찾아 나아가야 했다. 일은 배울 수 있고, 지식을 쌓을 수 있지만, 삶의 목적과 방향은 생각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많은 것을 투자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분석을 하기도 하고, 알고리즘을 다루기도 하고, 결국에는 나의 분석 포지션 자체를 자동화하는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게 되었다
왜 나의 자리를 스스로 없애는가?
나의 업무들을 전부 자동화시키거나 다른 사람에게 분담시켜 효율과 시키고, 결과적으로 나 자신의 포지션을 없애버리는 일을 나는 왜 했을까?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저항하고 반대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지금 당장 의미를 찾을 수 없지만 회사에는 필요한 부분들을 내가 없어도 돌아가게 하는 것을 나의 방향으로 잡았다. 세상은 결국 효율성을 찾아 나서기 마련이고, 나 또한 단순히 나의 시간을 돈과 일대일로 거래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에, 나는 나의 포지션을 없애버릴 정도의 효율화를 통해 나의 삶에 대한 충족감을 느끼고자 했다. 마치 학교를 졸업하듯, 나는 나의 포지션을 없애버리면서 이번 회사에서의 한 단계를 끝마치게 되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내가 가장 안정적이다고 느낄 때가 가장 불안정할 때라는 것에 대한 나의 삶의 모토가 다시 나의 마음속에 다가온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지만, 동시에 그 자리가 바람 불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결국에 정말로 가치가 있는 것은, 내가 있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어떤 가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인지 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결정은 없다. 최선의 결정만 있을 뿐
우리는 결정을 할 때 최고의 답안을 찾기 위해 생각하고 정리한다. 하지만, 이데아적인 최고의 결정은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의 한계와 생각의 한계로 인해 우리는 그 결정을 절대로 찾을 수 없다. 마치 주식 시장에서 어떤 주식이 올라갈지 100%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최선의 결정은 무엇일까? 나는 내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결정이야 말로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커지는대는 많은 시간과 조사 그리고 고려가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각은 설령 나쁜 결정 이더라도 최악의 결정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기서 설득이란 강요된 설득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정과 모티베이션을 만들 수 있는 설득 이어야 한다. 그것은 참 어렵다
결정이 나를 결정한다
어찌 보면 메니져 포지션에서 할 듯한 결정들을 해 나아가면서 책임의 무거움을 알았다. 모든 것에는 비용이 있고, 그 비용은 나의 결정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면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에 대한 공포가 슬며시 다가온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공포는 내가 언젠가는 마주 해야 할 경험 중에 하나였다.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다해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대한 결과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자세야 말로 메니져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 가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결정은 더욱 많은 사람들과 서비스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고, 그러한 결정들을 더 나아가 세상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단순히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더 도움이 되고 나의 삶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결정을 주도적으로 내릴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리는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