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회사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비 Aug 07. 2020

방랑하는 바다 위에서, 커리어와 함께

우리 모두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나간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단순히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그 외에 다양한 이유로 직업을 가진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아니면 더 높은 사회적 지위의 수단으로 직업을 가진다. 혹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평소에도 수학에 관심이 많았고 또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기획 비슷한 것도 해보고 또 다양한 주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회계도 배우고, 경제도 배우고, 수학도 배우다가 마지막에는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아직도 배울 것은 차고 넘치고 또 나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 하지만, 동시에 많은 행운이 나에게 따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니고 있는 회사도 좋고, 업무도 나쁘지 않다. 삶도 넉넉하고 보람차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나의 커리어가 풍랑이 치는 바다 위에서 조각배처럼 흔들린다는 느낌도 시시때때로 느끼게 된다. "문제를 논리적으로 푸는 사람"이라는 나의 정체성은 데이터 엔지니어가 그리고 서비스가 없으면 파도 아래 모래성처럼 스러지는 거품이라는 것을 간간히 느낀다. 그렇게 거품 일듯 일어나는 걱정과 공포는 나의 논리적 사고 능력과 결정의 질에 대한 자신감이 프로그래머들이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기술에 대한 스킬과는 다르게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올라온다.


명확하지 않은 나의 직무와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나의 성과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문제 푸는 사람"이라는 나의 정체성에 간신히 매달려 거친 바람에 휩싸인다.


그렇기에 나는 끊임없이 기술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시 처음부터 배워보는 확률과 통계, 컴퓨터 구조와 네트워크, 그리고 그 외에 많은 지식이 직접적으로 쓰이지 않지만 동시에 멀리 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라 다짐하며 한쪽 한쪽 읽어 나아간다. 오늘 읽어 나아간 내용은 20페이지 밖이 되지 않지만, 언젠가 돌아보면 꽤나 많이 걸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앞을 바라보면 읽은 것보다 더 많이 갈 길이 놓여 있다는 것이 보인다.


다시 집에 돌아와 투자 관련 코딩을 하며 수없이 덮치는 귀찮음과 두려움을 해치고 나아간다. 갑자기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글자 하나 코드로 쓰기가 마치 휘몰아치는 태풍 속에서 걸어 나아가는 듯 힘들다. 내 앞에 올은 길은 너무나 밝게 빛나고 있으나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은 너무나도 힘이 든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잠이 들기 전에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돌아본다. 내가 이겨낸 귀찮음과 걱정이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나아가고 있는 커리어가 사실 다른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길이라는 것에, 그리고 흔히 걷는 정석적인 길이 아니라는 것에 다시 걱정이 된다. 3년 후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상상할 수 있지만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그렇게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가는 길 끝에는 그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남겠지만, 더 빨리 가기 위해 내일은 출퇴근 시간에 책을 평소보다 10페이지 더 읽어보자 결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데이터 분서가의 논리적 기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