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이야기
왜 우리는 카피 상품이 아닌 명품을 사는가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리고 수요는 개인이 해당 상품을 가짐으로써 얻는 추가적인 효용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그러면 여기서 문제는, 완벽히 동일한 재료와 디자인을 가진 두 가지 상품이 있다고 해보자. 하나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이고 다른 하나는 디자인을 카피한 상품이다. 물질적인, 그리고 사회적인 효용성은 동일하다. 카피본은 명품과 디자인과 재료 그리고 가공 방법은 똑같기에 품질과 성능에 있어서 동일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이것이 카피 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히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면 카피 상품의 아닌 명품을 사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한 명의 사람은 여러 가지 작은 이야기들로 패치워크가 된 하나의 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을 이루는 작은 이야기들은 단순히 외적으로 타인에게 인식되는 것들, 예를 들어 그 사람의 대학교와 가족 구성원, 뿐만 아니라 타인이 알기 어렵지만 자신만큼은 알게 되는 것을 포함한다. 왜 설령 들키지 않더라도 타인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일까?
거짓말을 할 때마다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알게 모르게 차곡차곡 쌓아간다.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몰라도 그 사람 자신이 거짓말에 대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쟁이라는 정체성이 그 사람의 일부분을 이루게 된다. 이렇게 개인의 행동은 피드백 루프처럼 자신의 이야기 (정체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를 정의하고 그 이야기는 그 이야기에 맞는 행동을 그 사람에게 강제한다.
그러면 다시 돌아와서 왜 우리는 카피본 대시에 명품을 사는 것일까? 나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1. 브랜드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에 더하기 위해서
2. 카피 상품을 구매 함으로써 자신의 이야기가 오염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의 이야기와 개인의 이야기
개인은 상품을 살 때 그 상품의 기능뿐만이 아니라, 그 상품이 내포하는 이야기, 즉 자신이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이야기 및 정체성에 스며들 해당 상품의 이미지 및 이야기를 위해 해당 상품을 구매한다. 즉, 카피 상품과 명품의 디자인 및 기능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제품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카피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는 똑같을 수 있지만 나 자신이 아무런 역사와 이야기가 없는 카피 제품보다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게 되어있다.
구찌, 헤르메스 등등의 브랜드는 여러 가지 광고 영상, 사진, 이야기, 사례 등을 통해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또 대중에게 전달한다. 또한 그렇게 직접적이지는 않더라도 그 브랜드 상품들의 가격, 매장 위치, 그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위치 같은 간접적인 정보들이 고객들에게 전달되고 그 정보은 고객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고급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아간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들이 내포하는 이야기 및 정체성은 많은 경우 열망의 대상이 된다. "내가 저 옷을 입으면 내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비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설령 그 옷의 디자인이 그 가격에 그렇게 사고 구매할만한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고급"이라는 이야기를 내포하기에 구매하고 싶게 되는 것이다.
정말로 심플하게 말하면 그냥 브랜드 이름 보고 산다고 할 수도 있다. 그 브랜드가 내가 쟁취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기에 그 옷을 입음으로써 나 자신이 혹은 타인이 나의 이미지가 그 브랜드의 옷을 입음으로써 내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이미징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면 그 브랜드의 옷은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해당 제품이 개인의 소득 수준보다 너무 비싼 경우에는 해당 브랜드 상품의 상대적 가치가 월급으로 표현되는 자신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가치보다(적어도 자신이 느끼기에) 너무 커져 버리기에 개인의 삶의 일부분 혹은 전체가 그 상품을 모시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어서 데이트를 하다가 내 구찌 코트에 커피가 조금 튀는 순간 그 날의 모든 신경이 그 코트를 어떻게 세탁할지에 신경이 쓰여서 데이트가 망해버리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렇기에 고급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개인의 소득 수준,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이야기, 브랜드의 이미지, 사회 인식 등등의 다양한 변수들이 어울려 이루어지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다라서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을 이루는가
카피 상품이 아닌 명품을 사는 두 번째 이유로는 카피 제품을 구매한다는 행동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디자인을 카피하여 만든, 사회적으로 옳다고 여기어지지 않는 상품을 구매한다는 행동은 개인이 그 행동이 가지는 여러 가지 함의들에 동의한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카피 제품을 사면 똑같은 효용성을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이기에 논리적으로는 옳다. 하지만 그러 행동 자체가 나는 낮은 가격을 위해서라면 여러 불법적인 행위나 타인을 속이는 행동 또한 감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그 사람의 일부분으로 만든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개인의 행동의 방향성을 옳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들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그리고 그 선택지 중 어떠한 것을 선택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 때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자아상이 행할만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이 바로 카피 상품관 명품 사이에 무엇을 구매하는지에 대한 선택을 이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