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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비 Sep 13. 2020

향수로 본 고객 경험과 데이터 분석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고객의 경험은 사진이 아닌 흐름이다


오늘 향수를 고르기 위해 러쉬(Lush)에 가서 여러 향수들을 시향 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러쉬에서 향수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어떤 구매 과정을 거치고 또 어떤 독특한 경험을 하는지 돌이켜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향수는 어찌 보면 사치품 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테이스트(향)가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좋게 느껴지고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역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랑 또 다른 점은 단순히 내가 그 향이 좋다고 향수를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향수는 단순히 내가 좋다고 여기는 것을 뛰어넘어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지, 즉 상대방도 내가 느끼는 것을 비슷하게 느끼는가 또한 중요한 요소로 들어간다. 


여기에 추가로 향수의 특성상 동일한 향수라도 개인의 체취에 따라 다른 향이 나고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이 변한다. 그렇기에 뿌리자마자 시향하며 느꼈던 느낌과 1시간 후에 다시 맡는 냄새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계절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어떤 향은 좋지만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고, 또 어떤 향은 너무 강렬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어찌 보면 패션과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패션은 웬만하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또 어떤 옷을 입는 것이 적어도 평타는 치는지 알 수 있지만 향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만 잘못하면 다수의 사람들에게 굉장히 불쾌한 경험을 강제로 시킬 수도 있다는 것에서 향수는 구매하기 어려운 물품이다.


그렇기에 향수를 경험한다는 것은 단순히 칙! 하고 뿌릴 때 느끼는 향기가 전부가 아니라 그 향기를 가지고 일상생활을 할 때 타인과 고객에게 전달되는 일종의 경험의 흐름을 겪는 다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기에 막 착향을 했을 때는 좋지 않던 향이 나중에는 좋게 느껴질 수도 있는 특별한 경험을 고객들이 겪는 경우도 있다


향수라는 상품과 데이터 


정리하자면 향수를 구매하는데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고려된다

1. 내 취향

2. 내가 타인에게 비추어지고자 하는 이미지

3. 시간에 따른 향의 변화

4. 향의 강도


이런 점을 고려하면 향수를 구매할 때 웬만큼 고수가 아니라면 (우리 대부분이 그렇듯)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타인을 동반하고 또 몇 시간에 걸쳐 향의 변화를 관찰한다. 또한 코가 둔감해지기에 다수의 향수를 짧은 시간 내에 시향 해볼 수도 없다.


이러한 고객의 구매까지의 굉장히 긴 텀의 여정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있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도록 하다. 고객이 특정 시점에 무엇을 시향 했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그 향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깊게 분석을 해야 올바른 상품을 추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는 단순히 비슷한 상품군을 만들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향수가 어떤 이미지로 브랜딩 되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향기의 변화가 있고, 각 종류의 향기는 어떤 사회적 분위기에서 용납이 되고, 또 구매를 하는 데 있어 의견을 듣는 사람은 누구인지,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의 현재 사회적 경제적 상황은 어떤지 알아야만 그 고객에 대한 그 향수의 맥락과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보자면 고객이 왜 그 향수를 사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면 그 사람에 맞는 다른 상품들을 콕 집어서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수는 단지 현재 자신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즉 무엇을 욕망하는지에 대해 굉장히 인사이트 있는 정보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향수"라는 상품의 정보는 굉장히 많은 레이어와 차원을 가진다. 문제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런 것을 고려하여 고객 및 상품에 대한 정보를 남겼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향수 같은 상품들에 대해서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정되 데이터를 보는 것을 넘어서 그 데이터의 흐름에 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소셜 마케팅을 통해 들어왔는지 혹은 검색어 광고를 통해 들어왔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1월과 2월 사이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고 또 그 변화들이 현재의 향수 산업 및 고객 트렌드의 어떤 부분들과 연관이 있는지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명확한 데이터 없이 데이터를 근거로 한 상상이 어떻게 향수라는 상품을 기획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이다. 물론 내가 그 산업에 있지는 않지만 나라면은 일종의 향수 A/B 테스트를 해보지 않을까 싶다. 여러 베리에이션의 향수를 한정돼 수량으로 만들고 그 향수를 테스트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을 기반으로 해당 향수의 맥락적 의미를 구축해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실행하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어렵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냥 내가 향수라는 상품에 대해서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어떤 것을 고려해 볼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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