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회사일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비 Oct 08. 2020

충동구매는 어디서 오는가

나의 이상적인 정체성

나는 이상적인 내가 되기 위해 구매를 한다


사실 이미 너무나도 식상한 말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위의 말이 가지는 파워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단순히 상품의 기능을 기준으로 해당 상품이 팔릴 것인지 아니면 안 팔릴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구매"라는 행위와 "소유"라는 행위의 매우 한정된 단면만 보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상품이 타인에게 어떻게 인식이 되고 또 내가 그 상품의 이미지를 통해서 어떤 자아 정체성을 만들고 싶은지 이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자아 정체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항상 공부하는 나" 하던가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나"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정체성들은 깊이 들어가 보면 "나는 그림을 그려서 나의 상상을 현실에 투영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같은 욕구들을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면서 막상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은 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부족한 여유시간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단순 귀찮음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자신의 자아 혹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과 시간을 건너뛰고 내가 되고 싶은 이미지 및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그러한 이미지를 가지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필통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자. 다이소에서 필통을 사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드는데 그렇게 많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는 그냥 연필을 수납할 수 있다는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그 필통을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급 수제 가죽 필통을 구매하는 것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나는 그것을 사기 전에 그 필통을 꺼내서 타인에게 보여주면 타인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여길지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내가 이루고자 하는 자아 정체성 혹은 이미지와 부합하는지 한 번 더 확인을 한다. 물론 내가 그림을 매주 그리고 또 잘 그려서 그런 사람으로 여기어지는 것과는 다르지만 이러나저러나 그림을 그리는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으로 타인에게 보이는 것은 적어도 짧은 시간 동안은 똑같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의 착각이 존재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의 핵심은 정말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또 그림을 그린다는 행동이다. 더 나아가 그 행동에서 파생된 습관을 통해 나 자신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 납들을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구매를 통한 이미지 습득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영구적으로 바꿀 수 없다


근본적이 해결책, 즉 개인의 행동을 통한 이미지 습득이라는 것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상품 및 서비스를 잘 팔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러면 상품이 가지는 이미지가 얼마나 구매에 있어서 중요하지 알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나의 서비스가 어떻게 하면 내가 타깃으로 하는 고객들이 이루고자 하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가 이다. 가장 보편화된 방법은 그 사람들이 되고자 하는 롤모델 혹은 연예인들로 하여금 해당 서비스를 광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범람하는 광고에 질릴 대로 질려버린 요즘 사람들에게 평범한 광고들은 그 상품에 아무런 이미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들은 다양한 시도(발악)들을 통해 회사 혹은 회사의 상품에 고유의 이미지를 줄려고 한다. 요즘 핫했던 방법은 그 회사가 목표로 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와의 콜라보를 통해 재미있고 흥미로운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곰표 밀가루 가방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왜 수많은 회사들이 수많은 헛된 행동들과 이벤트, 그리고 광고들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회사에 당신이 소유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당신이 회사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고 믿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왜 우리가 어떤 상품을 사지 못할 때 거의 물리적 통증만큼 고뇌를 느끼는지 알 수 있다. 그 상품을 사지 못하는 기간 내내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질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렇듯 나 자신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시간이 갈수록 그것은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더 나의 결여된 정체성을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로 여기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프라인 서비스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기(Part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