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해왔던 일들의 결과를 보니, 나는 서비스가 성공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서비스가 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서비스가 실패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고 알려주고,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생각하고 보아야 할 것들을 나의 모든 생각과 지식을 짜내어 전달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서비스의 급속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하나의 쓰디쓴 보약이다.
물론 서비스가 데이터 분석가 한 명에게 달려있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나의 정해진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서비스를 끌고 나아갔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욱이, 남의 탓을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배울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렇다면 나는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라 서비스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 했을까? 데이터 분석 자체를 하나의 스킬 셋으로 바라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했던 일의 범위는 늘어나고 더 명확해진다. 나는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 데이터 분석을 잘하는 PM의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기 서비스이고, PM이 없는 상태이고, 이런저런 회사 환경에 의해 그 누구도 서비스의 궁극적 목표와 로드맵을 정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 자체를 인식하고 있던 사람이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했다. 나는 이런 문제적 상황을 인지하자마자 데이터와 논리로 무장하고 서비스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부수며 나아가야 했다.
즉, 이러한 전략적이고 거시적인 문제를 임원들에게 맡겨두지 말고 내가 적극적으로 총대를 매야했다. 설령 임원들과 싸우더라도 말이다. 결국 나에게 중요한 것은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경험과 지식이지 그들의 인정과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크게 잘못한 것 또한 있다. 바로 나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고할 때 단지 문제점과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것에서 멈춘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실행 가능한 기획 시안 몇 개를 제공해야 했다. 실행까지 가능한 기획안을 생각하고 만드는 것은 PM 및 팀장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만들지 않은 것은 나의 실책이다. 당연히 PM이 없고 팀장이 적절한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면, 그 문제를 인지한 사람이 문제 해결 실행까지 밀고 나아가는 것이 서비스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연말 회고를 작성하며 느낀 것은 다음과 같다
역할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가진 스킬 셋으로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모든 것을 할 것. 또 단순히 실행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투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