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고통을 겪어 이겨낸다면
PM 은 책임은 있지만 권한은 없다
데이터 분석가는 분석은 있지만 실행은 없다
두 포지션 모두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내가 일을 하면서 몇 번 정도 다른 직군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대부분,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의 서비스로 구현하는 직군들을 볼 때마다 그랬던 것 같다. 이는 데이터 분석가라는 포지션의 고질적인 한계에서 만들어진 부러움이다.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와 고객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측정하고, 해석하고, 결론과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해와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 및 결과는 실제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위한 참조 말 이상의 임팩트를 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데이터 분석가는 분석하는 사람이지 실행은 다른 포지션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많은 고민과 사색, 조사와 해석으로 탄생한 자식 같은 아이디어가 실행가의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좌초되는 것을 보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으로서 세상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거기서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것이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체 사그라지는 것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게 때문이다. 그래서 간간히 생각한다, PM으로 전향할까?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한번 몇 개월 동안 PM 커리어 개발 교육들을 들어보았다.
결론은, 더 잘하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고통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PM 양성 교육, 혹은 관련 콘텐츠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훌륭한 PM이 되려면 굉장히 다면적인 업무와 사고방식을 알고 또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를 보고, 해석하고, 질문하면 되지만 PM은 전략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동시에 그 전략적 사고가 실제 서비스가 되도록 실행의 영역까지 세부화시키고, 또 그것을 실행할 팀원과 팀 구조를 잘 매니징 해야 한다. 즉, 사고와 계획과 소통이 잘 조합되어 눈에 보이는 아웃풋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 분석가처럼 하나의 질문에 깊은 사고를 몇 주 씩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틈틈이 그런 것을 생각하며 수많은 실행을 진행해야 하기에 머릿속이 바쁘다.
그 외에도 훌륭한 PM이 해야 하는 것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데이터 분석가가 평소에 잘 하는 것에 더해서 넓고 광범위한 사고, 그리고 사고를 실행까지 이끌어오는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즉, 데이터 분석가가 PM이 된다면 훌륭한 PM이 되기 위한 스킬 셋 중 하나를 훌륭히 할 뿐,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들을 정말로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훌륭한 PM이 내 주변에 있었다면 참조하여 나머지 스킬셋들을 조금이라도 채워 나아갔을 테지만 어떤 회사든 "훌륭한 __"를 찾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법이다. 차라리 내가 도전과 실패를 통해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빠르지.
결론적으로는 아이디어를 현실의 결과물로 만들고, 또 그 현실의 결과물이 훌륭한 성과를 만들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 PM 이라는 포지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이런 일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포지션을 바꿔야 할까? 모든 사람에게 직장생활 내내 따라오는 질문들이다.
일단은 데이터 분석가로서 한번 끝을 봐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뭐 인생, 내가 흥미로워하고 재미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다 보면 채워지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