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브라질에서 온 서프라이즈 이메일
4월 중순 어느 날 새벽 5시, 브라질 지사에서 산토스항을 통해 선적되어야 할 우리 커피 컨테이너들이 도난당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내 고객에게 선적할 브라질 커피 2 컨테이너를 포함한 나머지 일본 고객들에게 선적할 4개의 컨테이너가 도난당하였다고 현재 경찰들과 상황을 파악 중이며, 기한에 맞게 선적하지 못하여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산토스 항구로 가려면 트럭들이 상파울루를 지나가야 하는데, 도시를 통과하는 중에 어느 시점에서 빨간불에 멈춰 선 트럭들을 총기를 든 괴한들이 습격하여 트럭 기사들을 납치한 것이다. 정말 다행히도 트럭기사들은 시에서 7시간가량 떨어진 고속도로 한 복판에 내려졌지만 신원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들에게 당 사건이 접수되어 우리 지사 측에 전달되었던 것인데 마치 영화 시카리오에서나 볼 법한 같은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내 고객과 계약을 지킬 수 없음에 안타깝고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지사 측에서도 몇 억대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더 불편했던 것은, COVID-19로 이미 모든 면에서 어렵게 선적 진행을 서둘러준 브라질 동료들에게 참 미안했다. 내가 조금 덜 보챘더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고객에게도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사유 보고서 및 사과문을 브라질 동료들에게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참 착잡했다.
경종을 울린 동료의 한 문장
우리 브라질 동료 Commercial Director인 Florian은 이번에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경찰보고서 및 공식 사과문을 발행해주며, 브라질의 불안정한 치안에 대하여도 간략히 설명을 해주었다. 코로나 이후 국경 폐쇄, 여러 산업 제재 등으로 인하여 국가 경제와 국민들의 불안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괴한들의 활동 등이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나에게 보내는 메일의 마지막 문장에 걱정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번 사건을 통하여 네가 근무하고 있는 환경에 감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다른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를 침울하게 했던 지난 3월 말에 이태리 지사의 동료 두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을 떠난 것도 생각이 났고, 4월 초 친한 동료의 할머니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을 떠난 것도 스쳐 지나갔으며, 조금 지금의 나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내가 지금껏 살면서 지나쳐왔던 개도국/최빈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그 환경도 냄새도 떠올랐다.
한국이라는 무한경쟁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지만, 이 세상에는 매일 기초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당연히 안전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매일매일 스트레스가 짓누르는 업무환경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항상 절대적으로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앞으로 곧 찾아올 5월에는 조금 더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