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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창윤 Oct 31. 2024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생각보다 위험하다

2024. 10. 29.

뉴욕, 미국




뉴욕에 온 지 6일 차다. 우리는 6일 중 3일을 센트럴파크에서 산책이나 러닝을 했다.


뉴욕 맨해튼밸런스가 좋은 도시처럼 보였다. 화려한 건물은 화려한 건물끼리 모여있고, 옛날 건물들은 옛날 건물끼리 모여있으며, 중간중간 꽤나 큰 규모의 공원들이 끼여있었다.


화려한 건물들은 돈이 많으신 분들이 지었는지 각양각색의 유리로 둘러싸인 높은 건물마다 커다란 전광판이 달려있었으며, 한국에선 시도하기 힘든 디자인들이 많았다. 가분수 건물이나 곡선건물이 많아 건물 하나하나 지나갈 때마다 눈이 즐거웠다. 옛날건물들은 대부분 브라운계열의 벽돌마감이었다. 우리나라의 구도심을 지날 때면 낡은 건물이라는 것 말곤 딱히 이렇다 할 통일감이 없어 아쉬웠는데 여기는 죄다 분위기가 비슷해서 화려한 도심과는 다른 가을느낌의 길거리 분위기가 좋았다. 요새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게 유행인지 공사가림막이 쳐져있는 건물이 많았다는 게 아쉬운 점이었다. 그 사이사이로 있는 공원들은 도시를 완성시켜 주었다. 꽤나 큰 규모의 공원들인데도 사람들이 이용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어 관리가 무척 잘돼있고 활성화돼 있는 모습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그중에서도 센트럴파크는 막상 가보니 규모도 너무 크고 생각보다 정말 도심 한가운데 있어 신기했다. 실제로 주변 건물의 직장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러닝 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았고, 공원이 넓어 공원 곳곳에 차도가 있어 차도 다니고 심지어 마차까지 다녔다. 때문인지 씨끄러운 도심 속 조용하고 평온한 대규모 공원을 상상했으나 공원 안에서도 어딜 가든 씨끄러웠다. 물론 차 경적 울리는 소리가 부산보다 강하고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하는 도심 속보다는 쾌적해서 우리는 자주 이 공원을 찾게 됐다.


문제는 개 산책시키는 사람들이었다. 생각보다 개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그중 꽤나 높은 비율로 목줄을 안 채우고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래 문화가 이런가 싶다가도 목줄을 잘 채우고 다니는 사람들도 보이고 목줄 안 한 개들이 목줄 한 개들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들을 보니 그건 또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심지어 개들의 크기가 다양했는데 아내 몸집만 한 개들도 더러 있었어서 아내는 열심히 큰 개들을 피해 다녔다.


주인이 어디 갔는지도 안 보이는 목줄 안 한 개들끼리 사람들이 누워있는 잔디밭을 이리저리 흥분한 채 뛰어다니고 옆의 개들과 싸움이 나기도 하는 걸 보니 이러다가 우리도 공격하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공격했다고 내가 발로 차도 되나? 찼다가 개가 잘못되면 보상을 해줘야 하나?라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다행히 아직까진 우리를 공격하는 개가 나오진 않았지만 여기서 살며 계속 산책하다가는 언젠가 한 번쯤은 공격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훈련이 잘된 개도 있을 테고, 얌전히 주인을 잘 따라다니는 개도 있다. 우리가 그 개들이 어떤 개들인지가 몰라 불안한 게 문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목줄문화가 대중화돼 있다. 가끔가다 동네 골목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고 다니는 어르신들이 보이긴 하지만 센트럴파크 개축제를 보고 나니 그 정도는 양반이란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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