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서양 횡단 크루즈를 타기 위해 마이매이에 와있다. 혹시 오는 길에 문제가 생길까 봐 전날 도착해 마이애미 비치 앞 호텔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마이애미 비치는 내가 본 그 어떤 해변보다 사람이 많았고 백사장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다음에 미국으로 휴양 온다면 마이애미에 길게 있어보고 싶어지는 분위기였다.
아무튼 다행히도 큰 문제없이 한참을 일찍 크루즈 항구에 도착했다. 크루즈는 놓치면 다음 것을 타도 되는 기차나 비행기와는 달리 놓치게 된다면 다음 배를 탈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오는 길에 아무런 변수가 없기를 열심히 기도했다. 막상 한참을 일찍 도착하니 탑승까지 지연이 돼 두 시간을 더 기다렸다.
지연 덕분에 탑승을 기다리는 홀을 천천히 둘러볼 시간이 충분했다. 홀 안에는 탑승 진행이 안돼 앉을 의자가 부족해져 바닥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찬찬히 함께 2주를 보낼 사람들을 둘러봤다. 탑승기간 대부분을 기항지에 들리며 관광을 할 수 있는 다른 크루즈와는 달리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2주나 되는 여정이기에 젊은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 대부분이 퇴직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르신들이었으며 간혹 40대 정도로 보이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이 가장 젊은 세대로 보였다. 젊은 세대 중에 동양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크루즈를 예약하며 배 안에서 친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지만 바로 깔끔하게 포기하게 됐다.
크루즈는 꽤나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돈 많은 사람들의 럭셔리 여행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여행 계획을 처음 짤 때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는데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 마주친 크루즈 가격은 생각보다 탈 만 했다. 우리 일정에 맞는 크루즈를 찾아 가격을 확인해 보니 미국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비행기에 2주간의 숙박비 및 생활비를 더한 가격이랑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바로 진행했다. 예약한 크루즈는 노르웨지안 앙코르호로 규모가 꽤나 크며 나이도 젊은 편에 속하는 친구다. 2주 동안 대서양 횡단하는데 추가금 없이 예약하면 인당 200 내외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다만 우리는 방 업그레이드나 주류패키지, 인터넷 등을 추가로 구매하여 세금 및 팁 포함 인당 200 후반으로 예약하였다.
곧 출발하게 될 크루즈 여행은 처음이라 설렘 반 걱정 반이다. 심심하면 어떡하지 멀미 나면 어떡하지 기항지에서 놀다가 시간 못 맞춰 돌아오면 어떡하지 등 이것저것 걱정이 많다. 문득 걱정거리를 생각하다 의사소통이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안 하고 있는 나를 깨닫게 됐다. 생각해 보면 영어실력은 첫 해외여행을 나가기 전과 별 차이가 없이 형편없음에도 첫 해외여행 때만 해도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의사소통이 이제는 전혀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