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창윤 Oct 19. 2024

나는 내일 결혼한다. 그리고 모레, 세계여행을 떠난다.

2024. 10. 12.

부산, 대한민국




멋있다! 나도 언젠간 가보고 싶은데 현실이 쉽지 않네. 가서 사진 많이 보내줘!

우리 또래들의 반응이었고,

곧 결혼하는 애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여행비용은 어디서나고? 그 돈으로 집 사는데 보태든가 하지...

부모님 뻘 되시는 분들의 반응이었다.


어떤 반응이 돌아오든, 내 답변은 항상 똑같았다.

여행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는 게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돈은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젊음은 확실하게 없어지잖아.




나는 초등학교 시절, 문구점에서 직접 만들어먹는 달고나를 그렇게 좋아했다.


하굣길에 있는 문구점에는 낡고 조그마한 달고나 기계가 있었다.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동전을 넣고 설탕구멍에 쇠국자 비스무리한걸 대고 있으면 딱 달고나 한 개를 만들만한 설탕이 나오며 앞에 있는 조그만 화구에 점화가 된다. 화구에 쇠국자를 올리고 설탕을 나무막대로 젓다가 설탕이 다 녹아 갈색액체가 되며 달달한 향기를 풍길 즈음 기계 위에 놓여진 소다를 조금 찍어 설탕 안에 넣고 잘 섞는다. 섞다 보면 부풀기 시작하는데 소다를 너무 많이 넣으면 흘러넘치고, 적게 넣으면 부푸는 양이 적어져 항상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량의 소다를 넣는 게 기술이었다. 옆에 준비된 판때기에 달고나를 잘 펼쳐주고 설탕을 저어주던 나무막대기를 달고나 가장자리에 걸치게 눕혀주고 식기를 기다렸다 들어 올리면 완성이다.


나는 문구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들과 누가 더 잘 만들었나 낄낄거리며 달콤함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것이 그 시절 인생 최고의 행복이었다.


성인이 되고 가끔 길거리를 지나가다 달고나를 파는 노점상이 보이면 그 시절 추억에 잠기곤 한다. 어쩌다 한 번쯤 추억을 이기지 못해 달고나 만드는 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다 냄새를 맡고, 입속에 넣어봐도 그 시절만큼의 행복은 느껴지지 않는다. 몇 입 먹다 보면 행복은커녕 물려서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라는 걱정만 든다.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줄어드는 게 아닐까?

그럼 할 수 있는 경험은 최대한 젊을 때 한다면 나이가 들어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달고나 같은 사례들을 몇 번 겪다 보니 점점 확신이 들었다. 돈 몇천만 원, 몇 개월동안 쌓을 수 있는 경력보다 당장 짐 싸서 여행을 가는 게 죽기 직전 28살의 나를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 돈으로 더 좋은 집을 사고, 더 좋은 가구를 사도 1년도 채 안돼서 무뎌짐에 후회할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곧 아내가 될 사람을 설득하게 됐고, 우리는 함께 퇴사 후 신혼여행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많이 없기에 3개월로 여행기간을 잡았고, 장기여행이다 보니 큰 틀만 잡아놓고 그날그날 뭐 할지 계획은 거의 짜지 않고 출발하기로 했다.




여행의 정보보다는 여행을 하며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써보려고 한다. 앞으로 여행이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겠지만 기록을 최대한 많이 남겨보려 한다.


여행의 설렘에 묻혀 내일 결혼한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결혼 또한 무사히 마무리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