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여름, 나는 오사카와 교토에 짧게 여행을 다녀 간 적이 있다. 내 생에 첫 해외여행이었다.
해외여행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여행을 주도했던 친구가 이끄는 대로 이곳저곳 유명한 곳을 돌아다녔다. 동행했던 친구들이 모두 어리고 여행에 대한 경험치가 많이 쌓이지 않았었기에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무척 덥고 힘들었었던 것과 유니버셜 스튜디오라는 놀이공원이 재밌었다는 기억밖에 남아있진 않다. 물론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는 너무나 재밌고, 평생을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말이다. 또한 당시엔 해외여행을 가면 현지 사람들과 말이 다 어떻게든 통하는 줄 알았다.
첫 여행 이후 나는 해외여행의 매력에 빠져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점점 유명한 관광지만 찾아다니던 여행에서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면서 언어의 장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언어의 장벽을 어떻게든 뚫고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문화를 느끼며 그들 속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재밌었다. 몇 군데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후 첫 여행지였던 일본의 오사카와 교토를 돌이켜 봤을 때 그곳은 나에게 전혀 흥미로운 여행지가 아니었던 것으로 추억이 바뀌어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방문했을 당시엔 약간 과장해서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가 각각 33%의 비율로 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관광지나 가게를 가도 버벅거리며 영어를 하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알아들었었고, 심지어 한국말을 하는 일본인도 꽤나 많았기에 소통 면에선 어려울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나에겐 그 여행지가 해외가 아닌 조금 이국적인 국내여행이라 판단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론 일본을 잘 찾지는 않게 되었다.
때문에 이번 세계여행에서 일본을 넣냐 마냐는 굉장한 고민 중 하나였다. 고민을 하던 와중 경상북도 청송으로 시골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여행을 계기로 휴식여행의 매력에 빠지게 된 나와 아내는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기 전 일본의 잔잔한 분위기의 시골에 가서 정신없던 한국생활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공항과 가까워야 하고, 조용한 동네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원하던 조건의 전부였다. 해외여행의 느낌은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니 '사와라'라는 지역이 눈에 띄었다. 검색을 해도 딱히 나오는 게 많이 없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이곳에 4일을 머물기로 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한국말은 당연히 하지 못한다. 이틀을 머물렀는데 한국인은 딱 3명 보았으며 어깨너머로 보니 그들마저도 일본어로 소통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할 줄 아는 언어가 단순한 생존영어와 한국어 둘 뿐이라 어떻게든 되지도 않는 영어로 말해보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일본어다. 내가 알고 있었던 일본이랑은 많이 달랐다.
식당이나 카페의 메뉴들이 모두 일본어로 적혀있고 그림도 없어 우리는 연신 몸짓과 베스트 메뉴라는 단어를 연발하며 그럼에도 도무지 소통이 안될 때는 핸드폰 번역기를 사용해 아무것이나 주문 후 나오는 음식을 맞이할 때마다 랜덤박스를 여는 것 같은 설렘을 느끼곤 했다. 다행히 이곳 사람들은 외지인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인지 태생이 친절한 건지 답답한 기색 하나 없이 미소로 우리를 대응해 주었다.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여행을 하는 데 몹시 불편하지만 몹시 흥미롭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고,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여행이지만 우리는 이런 여행이 여행 같고 좋다. 아내는 열심히 '하나 더 주세요', '계산 부탁드립니다' 같은 말의 일본어를 검색하며 최대한 일본어로 소통해 보려 노력하고, 나는 아내가 일본어로 물어보니 대답도 일본어로 해주는 점원에게 우린 일본말을 못 알아듣는다며 설명한다.
휴양을 목적으로 온 여행지에서 신나서 돌아다닌다고 휴양은 하지 못하고 딱히 흥미롭지 않았던 일본 여행에 대한 인식만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