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숲이 조용히 밤을 맞이한다.
별빛 머금은 이슬은
잎사귀에 맴돌다 미끄러지듯 흘러내리고,
낮의 열기를 훔쳐 간 바람이 스친 자리엔
은은한 꽃향기만이 남는다.
숲의 이마를 어루만지는 듯
달빛은 손끝처럼 조심스럽고,
녹음은 잠든 듯 고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 안에서 피어나고, 흐르고, 스며든다.
비밀처럼 퍼지는 여름의 향.
그 향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오솔길을 나아간다.
뒤를 돌아보면
방금 전 지나온 길마저 이끼로 덮여 있다.
숲은 당신의 발걸음을 기억하지 않는다.
숲은 침묵하고,
달은 머무르며,
밤은 기억이 아닌 감각으로 남는다.
받아들인 자만이
향기 나는 어둠 속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