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일 차에 멈춰도 내년엔 또 기대하는 마음
며칠 전 내 생일이었다.
친구들과 축하 인사를 주고받다가 문득, 한 친구의 생일이 한 달 전이었다는 게 생각났다.
몇몇 친구들과는 매년 생일 선물을 주고받는데, 그 친구의 생일에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는 네 생일이었잖아. 나 선물 고르다가 타이밍을 놓쳤네. 미안."
"아냐, 그럼 우리 서로 선물하는 걸로 할까?"
"그러자.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음... 다이어리! 어차피 사려고 했는데 잘 됐다. 다이어리로 하자."
생각해 보니 어느새 2025년이 끝나간다.
이맘때가 되면 늘 고민한다.
올해는 다이어리를 살까, 말까.
그러나 결론은 매년 같다. 사지 않기로.
나는 스스로를 너무 잘 안다. 두어 달 바짝 쓰다가 그 이후로 텅 빈 공책이 될 것을.
솔직히 말하면, 나는 1년 내내 일기를 꾸준히 쓸 자신이 없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매일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일기가 '그날 일어난 일이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은 맞지만, 너무나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다니.
그건 일기라기보단 검정 볼펜으로 꽉 채운 필기 노트를 읽는 기분이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작년에도 일기를 썼다가 3월 초입에 멈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게다가 나만 보는 일기장이니 어두운 이야기까지 진솔하게 쓴다는 건 참 어렵다.
과거를 추억하고자 펼쳤을 때 기분이 가라앉는 이야기가 있는 게 싫다.
그 모습도 물론 내 모습이지만 나는 과거를 밝게 추억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단어를 고르고 고르다 결국 또 멈추게 된다.
참 이상하게도, 나는 날 너무나 잘 알면서도 해마다 이맘때면 고민한다.
혹시 내년에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작년에 잠깐 쓰다 만 일기장을 보니 그래도 두어 달은 꽤 적었었다.
'습관은 66일이면 형성된다'라고 하는데, 나는 66일을 목전에 두고 포기한 셈이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66일을 채우면 습관이 형성되니까, 3월까지 꾸준히 쓰면 되는 거 아냐?
친구의 다이어리를 고르다가 결국 내 다이어리도 같이 구경한다.
인터넷에는 예쁜 다이어리가 정말 많다.
내년에는 이 예쁜 다이어리에 적고 싶은 행복한 일이 가득하면 좋겠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2026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