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과 불안과 나이 듦 사이에서

나를 챙기고 싶은 작은 마음

by 챤현 ChanHyeon

오늘의 나에게, 잘 지내나요?


두려운 마음에 아침 일찍 체중계에 올라가 봤습니다.

네, 기껏 뺀 5kg의 체중이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누가 반긴다고 해맑게 돌아온 걸까요.

그러나 나는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습니다.

그 5kg의 지방은 내가 되돌려둔 거니까요.

'세상에서 네가 단 1g이라도 사라지는 게 싫어'

뭐, 이런 로맨틱한 말로 포장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살은 그저 살일 뿐이고, 지방은 그저 얼른 내보내야 할 불청객일 뿐입니다.


지금도 글을 쓰며 튀어나온 뱃살을 바라봅니다.

이제는 그 존재감이 너무나도 뚜렷합니다.

저녁 식사를 7시 반쯤 끝냈는데 여전히 배가 부릅니다.

많이 먹었나, 생각해 보면 분명 오늘은 밥 한 공기로 끝냈습니다.

아마 팽이버섯 전이 배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게 아닐까 의심합니다.

식이섬유가 많다더니, 마치 헛배 부른 것처럼 존재감을 과시하네요.


하루 정도는 굶어도 뚱뚱한 나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 굶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됩니다.

어릴 때, 그러니까 20대 때는 이틀 정도는 굶어본 적도 있습니다.

디톡스라는 이름으로 물만 마시며 하루나 이틀을 버티는 거죠.

음식 찌꺼기로 채워진 내 안의 독소를 빼면서 잡생각도 훨훨 날려버리는.

어릴 때는 어렵지 않았는데 이제는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면 뭐든 괜찮아지고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찰나의 배고픔을 견딜 수 없을 만큼 나는 나약해졌나 봅니다.


그래서 배는 충분히 부른데 이상하게 허기가 집니다.

마음의 허기가 아닐까요.

새벽에는 가짜 배고픔이 몰려온다고 하니 그전에 자려고 노력합니다.

네, 노력만 합니다.

매일 새벽이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찾아옵니다.

결국 어제도 새벽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잘 수 있었습니다.

누가 반긴 것도 아닌데 스스로 찾아오는 게 참 눈치도 없습니다.

가짜 배고픔이 찾아오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다른 녀석이 그 자리를 차지하네요.

마음의 허기는 언제가 되어야 채워질까요.


겨울이라고 또 집에서 웅크리고만 있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

언제쯤 이 살과의 전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올해는 제발 좀 꾸준히 나가 운동도 하고 먹는 것도 줄여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강하게 자신을 밀어붙이고 싶진 않습니다.

그랬다간 또 어디론가 도망가버릴 내 의지를 잘 알거든요.

그냥, 어제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내가 있기를.

딱 그거 하나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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