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방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헤어진 옛사람의 편지를 발견했다. 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 가지고 있었구나. 내가 그동안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못한 건, 버리지 못한 이 편지처럼 아직 이 사람에게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하는 쓸데없는 감상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잊고 있던 기억에 닿으면 그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편지에 손끝이 닿는 순간부터 그랬다. 우리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조각조각으로 나뉜 기억들이 몸 구석구석에서 퍼즐을 맞추듯 심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방 정리는 잠시 내팽겨둔 채, 나는 편지를 한 글자씩 읽어나갔다. 분명 우리는 서로 사랑했고, 상대방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바꿔둔 걸까?
헤어지고 나면 항상 머리를 지배하는 말이 있다.
'좀 더 잘해줄걸.'
'내가 양보할걸.'
'그때 좀 참을 걸.'
지나간 일을 두고 후회해 봤자, 헤어졌던 사람이 다시 내 곁에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때도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정말 내가 연애를 하면서 후회가 남을 만한 행동을 한 걸까, 하고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 순간에는 언제나 최선이었다. 그런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헤어졌다는 건, 결국 우리는 거기까지의 인연이었다는 거다.
최선을 다한 일에는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는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인간관계나 연인관계에서만큼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한 사랑에도 후회는 남는다. 추억은 언제나 미화되곤 한다. 잘해준 것들, 좋았던 기억만 남으니 한 번씩 이렇게 고개를 빼꼼 내민 추억에는 언제나 후회라는 조각이 따라붙는다.
오히려 서로 잘 맞지 않았던 상대와 헤어졌을 때는 미련도, 후회도 없다.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랄까. 그래, 사람이 얘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좀 더 너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자꾸나. 뭐, 이런 칭찬?
편지를 다시 봉투에 넣었더니 맞춰진 퍼즐도 다시 흩어졌다. 가끔 헤어진 그 사람은 잘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지리 궁상이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한때나마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한때 내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을 쏟았던 사람이니. 감상에서 빠져나오니 아직 여전히 어지럽혀져 있는 방이 보였다. 청소나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