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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병아리? 귀엽잖아요

중요한 건 그걸 받아들이는 내 마음

by 챤현 ChanHyeon

어느 작가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작가님은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챤현님은 아직 글을 많이 써보진 않으신 것 같아요. 글에서 티가 나거든요. 햇병아리 같다고나 할까? 절대 나쁜 뜻은 아닙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로 말씀드렸어요." 엥? 나는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건 사실이고, 검은 털 부숭부숭 난 30대 아저씨를 병아리에 비유해 준다면 이건 그야말로 럭키비키잖아?!


햇병아리, 초보, 아마추어... 아직 미숙하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단어라 듣는 사람에 따라서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나도 잘하는데 햇병아리?!' 이런 생각이 들면 그건 100% 찔렸다는 의미.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내 전공인 일본어를 가지고 누군가 나에게 햇병아리 같다고 하면 조금 자존심 상할 것 같다. 그런데 작가의 영역에서 보자면 초보 맞다. 그것도 저~기 바닥에 있는 상초보. 그런 나에게 햇병아리라는 단어는 그저 귀여울 뿐이다. 언제든지 멋진 닭이 되어주겠노라, 마음에 큰 뜻을 품어본다.


결국 그 말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과 태도의 문제다.


작가님과의 인터뷰가 끝날 때쯤, 나는 햇병아리라는 단어에 대한 감상을 말씀드렸다. "저는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아요. 햇병아리, 귀엽잖아요!" 그 말을 들은 작가님은 긍정적이라서 좋다며 웃어 보이셨다.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을 햇병아리라고 부르는데, 난 기분이 좋다. 삐약삐약 거리며 온 사방을 돌아다녀야지. 그렇게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주워 먹고 부지런히 성장해야겠다. 햇병아리 같은 귀여운 글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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