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최면, 그것만이 살 길!
고양이 울음소리로 된 알람을 듣고 겨우 잠에서 깬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더니, 그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어쩜. '좀 더 잘까? 어차피 너는 백수잖아.' VS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해야 하루가 술술 풀려! 어서 일어나!'의 싸움이 시작되고, 언제나 그렇듯 후자의 찝찝한 승리가 뒤따른다. 이불을 겨우 박차고 일어나니 원래 일어나야 할 시간보다 약 10분 정도 늦었다. 화장실로 가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거울을 본다. 으아, 좀 부었네? 아닌가, 그냥 원래 살인가? 얼굴을 꼼꼼히 살펴봐야 달라질 건 없지만 항상 이 말은 빼먹지 않고 한다. "오늘도 좀 귀여운데?"
자화자찬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거만한 사람은 딱 질색이다. '네, 제가 생각해 봐도 저는 좀 귀여운 것 같습니다.' 농담이면 몰라도 진담으로는 절대 하지 않는 말이다. 어차피 화장실에서 혼자 거울 보고 하는 말이니 누가 들을 일이 없어 그렇게 말하는 것뿐이다. 실제로 나는 어디 내놔도 전혀 잘생긴 외모가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주문을 걸듯 말하는 이유는 딱 하나. 그렇게 되라고. 일종의 최면이랄까.
외모지상주의는 자존감을 깎아먹기에 딱 좋다. 누구는 잘생겼는데 나는 왜 이렇지? 하며 비교하기에 좋으니까.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연예인들은 워낙 많으니 논외로 하더라도 SNS를 보면 잘생기고 예쁜 일반인들이 넘쳐난다. 그러니 비교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비교는 육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던데, 나는 나를 키우면서 계속 비교만 하고 있다. 그러니 자존감이 높아지려야 높아질 수가 없는 거겠지.
'거울 보고 칭찬하기'는 정말 우연히 해 본 방법이었다. 남자들은 샤워 후 거울을 보면 '아, 나 생각보다 좀 잘생긴 듯?' 하며 자신의 외모에 빠져든다는데, 나도 그랬다. 뿌옇게 습기가 찬 화장실에서 거울을 봤는데 역시 자체 블러처리가 되어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 '나 좀 귀여운 듯?' 마음속으로 그렇게 칭찬하니 손발이 펴지지 않았지만 기분만큼은 좋았다. 매일 샤워하면서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 말하니, 어느 날은 화장실을 나와서 거울을 봐도 내 외모가 썩 괜찮아 보였다.
"형은 말이야, 30대인데 좀 귀여운 것 같아.", "오빠, 좀 귀여운 듯?"
내 자존감 지킴이들은 언제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그럼 나는 얼굴을 붉히고 "그래? 내가 좀... 훗."이라고 반응한다. (얼굴을 붉히는 건 홍조라서 그렇다.) 일부러 손사래를 치며 극구 부인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칭찬은 인정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더불어 내 자존감도 높여주니까. 그래, 나 귀엽다. 근데 어쩌라고? 이런 '배 째라 마인드'도 탑재하면 더욱 좋고.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콤플렉스가 있다면 한 번 해보면 좋겠다. 거울 보고 칭찬하기. 그리고 한 번씩 웃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