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는 쓰레기다

인생도 초고가 있었으면

by 챤현 ChanHyeon

작가님들의 특강을 들을 때마다 공통적으로 강조하시는 말씀이 있다.

"초고는 쓰레기입니다."

한 번에 글을 완성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일단 완성한 후 퇴고에 힘을 쓰라는 의미. 처음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한 번에 완성도 높은 글을 쓰려고 하니 앞부분만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때려치운다는 것이었다. 나도 몇 번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기에 힘을 빼려고 노력하는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다.


글을 쓰기 전에는 항상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내 초고도 배부른 수준으로 나올 수 없어.'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면 손가락에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 버린다. 힘을 너무 주면 부러진다는데, 나는 이미 몇 번이나 부러졌는지 모른다. 지금 이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서도 몇 번이나 쓰고 지우고 있는지.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다지만, 이건 너무 대놓고 쓰레기잖아? 나라는 녀석도 참.


나와 함께 공저에세이를 썼던 이현정 작가님도 처음 강의를 하실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초고는 쓰레기입니다. 일단 완성하고 고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많이, 꾸준히 써봐야 합니다."

일단 완성하는 것의 중요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꾸 초고에 힘이 들어가는 건 이왕이면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 그게 너무 과해서 문제이긴 하다. 마치 인생을 사는 것처럼. 한 번뿐인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고민하고, 신중해지려다 보니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글은 고칠 수라도 있지, 인생은 고칠 수 없으니 오히려 인생 문제에서는 더 쉽게 힘을 빼지 못한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내공이 쌓이는 것처럼, 인생도 살다 보면 점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글도 세 번 고쳐서 발행하는데 사실 엄청 만족스럽진 않거든. 그래도 이 정도면 지금에서는 최선이다, 라고 생각하니까 발행한다. 인생도 이랬으면 좋겠다. 하루만에 후회하는 선택말고, 나중에 지나고 나서도 후회가 남지 않는 선택들로 채워진 인생. 초고는 쓰레기, 퇴고하면 비로소 완성인 것처럼, 인생도 처음은 쓰레기, 퇴고를 거듭하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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