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고 남는 것

후회는 아무런 힘이 없나요

by 챤현 ChanHyeon

1월 중순부터 러닝을 잠시 중단했다. 글을 써야 하는데 달리는 시간이라도 아껴서 글에 투자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글쓰기 천재도 아니고, 앉아있으면 갑자기 글이 술술 써지는 것도 아니니 일단 자리라도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아침에 눈 뜨면 곧장 도서관에 가 모니터 앞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잘 굴러가던 루틴은 그냥 유지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지나고 보니 그렇다. 후회해 봐야 과거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원고, 망가진 일일 루틴, 그리고 불어난 살.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현재.


요즘 조금 우울했다. 잠이 잘 오지 않아 새벽까지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들면 새벽 3~4시. 그리고 눈을 뜨면 당연하게도 아침 10시. 러닝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글은 써야 하니까 책상 앞에 앉았다. 추우니까 커튼을 열기도 싫어서 책상에 옵션으로 붙여둔 LED등을 켜서 모니터를 봤다. 아, 근데 오늘이 며칠이더라? 무뎌지는 감각에 달력을 보니 어느새 2월 중순이다.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다시 망가진 일상을 되돌려보기로 했다. 그중 가장 쉽게 시작한 게 러닝이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쐬며 잠도 깨고 몸도 움직이면 분명 내 마음도 상쾌해지지 않을까?…는 결국 늦잠 때문에 하지 못했다. 대신 포기하지 않고 오후에 나갔다. 아침에 못하면 오후에 하면 되지. 아침에 늦잠 잤다고 러닝 자체를 못하는 건 아니니까.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길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발목이 시큰거려 결국 한의원에 갔다.


너무 오랜만에 뛴 탓일까? 아니면 그간 버려온 하루의 조각들이 모여 나를 이렇게 만들었던 걸까? 발목이 아파서 달리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나도 늙었나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몸이 아픈 날이 오다니. 설마 이러다가 평생 못 달리는 건 아니겠지? 1에서 10까지 한 번에 에스컬레이트하는 것,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는 건 내 능력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침에 달리고 글 쓸걸. 불어난 살과 달리지 못하는 발목에 괜히 심통이 났다.


그런데 참 웃기다. 발목이 아파 달리지 못한 채 이틀이 지났는데, 다시 달리고 싶어졌다.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하고 싶어졌다. 망가진 일상에 대한 후회는 다시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낳았다. 여전히 발목에 파스를 붙이고 있고, 내 발목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큰거리고 있다. 나으면 곧장 다시 달려주겠다! 후회는 아무 힘도 없다고 하는데, 후회했더니 의지가 생겼다. 정말 후회는 아무런 힘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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