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니라도 볼은 빨갛다

붉은 뺨의 콤플렉스

by 챤현 ChanHyeon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는 마음을 쿡, 하고 찌른다. 내 콤플렉스는 콤플렉스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거창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홍조. 내가 가진 콤플렉스의 이름. 어린 시절, 볼이 빨갛다는 이유로 자주 놀림받곤 했다. 술 마셨냐는 둥, 화장했냐는 둥. 초등학생이 술은 왜 마시며, 어린 남자애가 볼터치까지 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런 식으로 놀렸는지 모르겠다. 하도 질릴 만큼 들어서 놀리고 상처 주는 말에 무뎌지기까지 했다. 어릴 적 내 별명은 '호빵맨'이었다. 왜 호빵 머리에 볼이 빨간지 전혀 알 길이 없었지만, 생김새도 동글동글한 게, 딱 나를 닮아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름보다는 호빵맨이라는 별명을 더 많이 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볼이 빨개지는 걸 홍조라고 한단다. 어릴 때는 촌병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이게 병인 줄 알았다. 그런데 무슨 병이라는 게 아프지도 않고 볼만 빨개지는 걸까. 그냥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어차피 병원에 가서 치료할 돈도 없었고, 고쳐야 하는 병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냥 친구들의 놀림이 싫었을 뿐이니까.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으니 어느새 홍조는 내 일부가 되었다. 추우면 더 달아올라 빨개지는 볼을 감췄고, 열이 나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빨리 열을 식히려 했다. 사람을 만나면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라고 물어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조금 지쳤다.


그러다가 정말 단순한 계기로 홍조를 콤플렉스 카테고리에서 빼기로 했다. "챤현이는 볼이 빨개서 좀 어려 보이는 것 같아."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홍조가 누군가의 한 마디에 사르르. 굳어버려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벽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 한 마디에 이렇게 쉽게 콤플렉스를 말랑말랑하게 볼 줄은 몰랐다. 그 말을 듣고 거울을 보니, 정말 그렇게 보였다. 하얀 피부에 볼만 빨갛게 물들어 있으니 수줍어하는 듯한 내가 여기에 서 있었다. 친구들의 놀림에 나를 미워했던 과거가 싹 잊히고, 그토록 싫어했던 홍조가 달라 보였다. "볼만 빨가니 이상하지 않아요?" 반신반의하는 내 물음에도 그는 변하지 않았다. "아니. 그게 뭐가 이상해?"


스스로 규정했던 콤플렉스는 이제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챤현이는 볼 빨간 아저씨. 여기에 조금의 귀여움을 곁들여서. 이제 굳이 붉은 뺨을 감추려 피부 화장을 하지 않는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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