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어디가 좋아

확인받고 싶은 마음

by 챤현 ChanHyeon

"넌 내 어디가 좋아?"


어두운 골목길, 두 손을 마주 잡고 마치 우리 둘만 이 세상에 있는 것처럼 걸었다. 내 손에 너라는 온기가 느껴지니 나는 너에게 확인받고 싶었나 보다. 과연 내 어디가 좋은지. 나는 도저히 내 장점을 찾을 수 없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있기는 한 걸까? 장점이라는 게. 그러나 너라면 혹시라도 찾아내지 않았을까, 싶어서. 이런 질문이 당황스러울 건 알지만, 그럼에도 확인하고 싶었다. 내 물음에 너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마침내 답했다. 아주 심플하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은 걸 보니, 그건 아마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진심.


"그냥 다 좋아."


너에게 비친 내 모습은 아마도 내가 거울에 비친 스스로를 볼 때보다 사랑스러웠나 보다. 그러니 나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했겠지. 그냥 다 좋다는 말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좋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그냥 싫다는 말인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무적인 게 또 그냥 다 좋다는 말이다. 이유 없는 행동은 없는데,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그냥'이니. 내가 발견하지 못한 내 모습을 찾아내 좋아해 주는 널 보면 사랑은 정말 콩깍지인가 보다.


"그럼 너는 내 어디가 좋아?"


나는 할 말이 많다. 밤하늘은 담은 것 같은 새까만 눈동자도,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도, 나를 볼 때마다 해맑게 웃는 저 표정도. 모든 걸 나열하려면 아마 하루도 모자랄 거라는 내 너스레에 넌 그저 웃고 넘겼겠지만, 그건 사실이었는걸. 내 대답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빨개져서는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하는 걸 보면, 사랑은 보물 찾기인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보지 못하는 면을 찾아주니까. 꽁꽁 숨겨뒀던 것들을 하나씩 찾아내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 손가락이 가늘고 예쁘단 말이지?" 하고는 허공에 손바닥을 활짝 펴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보는 너의 행동마저 사랑스럽다.


사랑은 너무 달달해서 녹아버릴 것만 같다. 다 지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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