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함이 삶을 편하게 해 줄 텐데
때때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화가 날 때가 있다. 이걸 화라고 표현해야 할지, 단순히 마음이 울렁거리는 거라고 표현해야 할지. '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격한 감이 있으나, 마음이 편한 상태는 아니다.
나이가 들면 물렁물렁해질 줄 알았다. 언제나 모든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내가 사라지고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며 조금은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 아니다. 나는 여전히 딱딱하고, 휘어질 줄 모르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보다는 '아무리 그래도 그건!'이라며 조금의 유연성도 갖추지 못했다.
삶이 피곤하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그래서일 수도 있다. 내 마음만 바꾸면 될 텐데 그게 쉽지 않다. 사람이 한순간 바뀌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는데,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30여 년간 살면서 가진 마음을 한 순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며 별 것 아닌 일은 별 것 아닌 것으로 넘기면 얼마나 편할까? 좀 더 마음을 많이 써야 하는 일, 생산적인 일에 마음을 쓰고 싶은데.
내가 화를 내는 상황에서 엄마는 항상 나에게 말한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겨. 화내봤자 너만 손해야."
엄마 말씀이 백 번 옳다는 건 알지만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나더러 어쩌라고, 싶다. 아아, 아직 덜 자란 나는 도대체 언제쯤이면 유연하게 '그래, 그럴 수도 있지'를 입버릇처럼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내 삶을 힘들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