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합시다

게으른 완벽주의를 위한 글

by 챤현 ChanHyeon

세상에는 양립할 수 없는 단어들이 많다. 조용한 아우성이나 맛있는 영국음식 같은 것? 그리고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하고 싶다면 절대 게을러선 안 될 것 같은데, 세상에는 저 단어가 버젓이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내가, 그 게으른 완벽주의다.


완벽주의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일을 할 때 철저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니 결과도 응당 좋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이 있다 보니 그에 맞춰 완벽하게 일을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엄격한 기준이 높은 허들이 되어 버리는 순간이다. 난 저 허들을 넘을 수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을 거야. 게으른 완벽주의는 딱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완벽을 추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정도의 차이에서 문제가 생긴다. 게으른 완벽주의는 너무 크고 높은 목표를 잡기에 그렇다. 되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목표를 조금만 낮춰도 괜찮을 텐데.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 일단 시작하게 되면 어떻게든 끝을 보게 되어 있다.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지 않더라도.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행동하기가 참 어렵다.


특히 나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 내 행동이, 내 모습이, 내 일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면 항상 걱정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나를 좋지 못한 시선으로 본다면 그게 하루 종일, 아니, 며칠 동안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철저하게 준비하여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날카로운 시선이 신경 쓰여 시작하지 못하고 더 깊숙이 몸을 웅크리게 된다. 글쓰기도 그렇다.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하려는 마음이 커지는 동안 중요한 것은 정작 잊고 있었다.


무조건 일단 많이 쓰는 것 (일단 시도해 보는 것)


게으른 완벽주의는 결국 게으름만 남는다. 일단 시작해야 하더라. 내 글이 미흡하니 잘 쓸 수 있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거야. 이 생각으로 쓰면 몇 개월이 지나도 보여줄 수 없다. 언제 완벽해질지 어떻게 알아서? 브런치를 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일단 보여주자. 잘 썼든, 못 썼든. 못 쓰면 어때, 다시 쓰면 될 일인 것을.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면 그냥 시작해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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