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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괜찮은 하루를 살았다

소소한 하루가 주는 행복

by 챤현 ChanHyeon

생각보다 일찍 눈을 떴을 때가 가장 상쾌합니다.

아픈 발에 봉침을 맞았더니 팅팅 붓고 가려워 새벽 3시를 넘겨서야 겨우 잠들었습니다. 그것 치고는 일찍 눈이 떠져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푹 잤다, 잘 잤다는 건 아니었지만요. 따뜻한 물 한 잔과 유산균 2종을 챙겨 먹었습니다. 요즘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영 기운이 없는데, 장 건강을 활성화해야 좋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인플루언서가요.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책을 내고자 열심히 글 쓰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그 글을 읽어보며 고칠 부분을 체크했습니다. 초고를 싹 갈아엎고 새로 쓰며 많이 달라짐을 느낍니다. 퇴고를 하면 또 글이 달라지겠지요. 몇 번 거듭하다 보면 조금씩 그럴싸한 모습을 찾아간다는 게 마치 인생과도 같다고 느낍니다. 내가 쓴 글이라 그 뒤를 예상할 수 있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요. 그래도 대학 과제하는 기분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봅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대청소를 했습니다. 오늘은 베란다와 욕실 청소입니다. 세제로 거품을 내어 바닥 구석구석을 문지른 후 깨끗한 물로 회색빛 짙은 거품을 쓸어내리고 나면 그렇게 상쾌할 수 없습니다. 아, 청소는 역시 마음까지 정화해 주는구나. 청소를 싫어하는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 기분. 한 번은 느껴보라며 추천하고 싶지만 꼰대 같으니 그런 말은 하지 않으려고요. 좋은 건 혼자 하면 됩니다. 궁금해하며 기웃거리는 사람에게만 알려주면 됩니다.


대강 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컴퓨터 앞에 앉아 다시 글을 씁니다. 오늘 하루, 썩 괜찮게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일도,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지만 매일 이렇게 소소하게 흘러간다면 이것 또한 잘 지낸 하루가 아닐까요. 매일이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반짝이는 순간만 있을 순 없지만, 이 별 것 아닌 일상이 모여 반짝이는 순간이 되겠지요. 아주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하루입니다. 마침 노을이 창문에 살짝 걸터앉아 있네요.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밤에도 행복한 이 기분을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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