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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러셔야 하나요

매너를 지킵시다

by 챤현 ChanHyeon

우리나라 성인 한 명당 연간 독서량은 약 4권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도서관에 가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아, 이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3권하고도 소수점 몇 퍼센트가 더 나오는구나. 아침 9시 오픈과 동시에 자리를 착착 채워나가는 걸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아침 9시 30분에 도서관에 도착했음에도 자리가 없어 기웃기웃거리다 집에 온 적도 많다. 독서량이 적다는 건 뻥 아닐까? 이런 생각마저 하게 된다.


세상은 선착순을 좋아한다. 도서관 자리도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먼저 온 사람이 임자다. 나는 선착순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내가 그 범위 안에 들어가면 좋은 거고, 밀려나면 싫은 거다.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쓸 수 있는 자리는 10개로 한정되어 있다. 선착순에 드는 날에는 노트북을 펼치고 마음껏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허락된 자리는 없다.


아침 일찍 오는 사람들은 열정이 대단하다. 아침잠을 물리치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니까. 그런데 의아한 순간은 있다. 자리에 가방만 있고 사람은 없을 때가 그때다. 분명 도서관에서는 1시간 동안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자리를 빼겠다는 경고까지 붙여뒀지만 소용은 없는 듯하다. 아침 일찍 자리 맡으러 왔으면 할 일을 하면 될 텐데, 왜 자리만 맡아두고 사라지는 걸까? 잠시 화장실 갔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자리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2~3시간 동안 자리를 맡아둔 그 사람들을 보지 못한 적도 많다.


게다가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친구 자리 맡아준다고 두 자리를 맡는 경우. 선착순인데도 이런 모습을 보면 불공평하다고 느껴진다. 자리가 많을 때야 맡아둬도 별 문제는 없겠지만, 아니라면 문제가 된다.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행위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인 만큼, 다른 사람의 기회도 소중하다고 여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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