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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정한 나를 모른다

장점을 발견하는 방법

by 챤현 ChanHyeon

어쩌면, 나를 잘 모르는 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2020년 9월 어느 날, 나는 안동에 있었다. 나보다 먼저 퇴사한 전(前) 직장동료와 함께.

퇴사했으니 이제 직장동료는 아니고, 나와 그의 관계를 표현할 단어는 '친구'다. 두 살 어리지만 그는 확실히 배울 점이 많다. 일을 똑부러지게 하는 점이며, 매사 신중한 점이 나와는 꽤 다르다. 그리고 그 점은 곧, 그의 매력이기도 하다. 나는 물그릇에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물 속에서 점점 색이 옅어지는 것처럼 뚜렷한 계획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계획을 가지고 사는 그는 신선한 충격처럼 다가왔다.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많은 용기와 힘을 받고 있었다. 그는 나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다. 무작정 공감하며 칭찬하는 나와 달리, 그는 현실을 정확하게 볼 줄 알았다. 그리곤 현실적인 조언과 한 스푼의 응원을 했는데 가끔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면 그의 말이 나에게 힘을 줬다. 그날도 그랬다.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에 앉아 시원한 에이드를 마시고 있었다. 이런 공간이라면 편하게 둘 만의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무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우리 둘만 있는 공간. 도시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조용함이었다.


"너는 아니라고 하지만, 너는 꽤 사람을 좋아해. 그 점이 장점이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안동에 온 이유, 그를 만나러 온 이유. 그것은 바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사람과 얽히게 되는데, 그게 나에게는 커다란 에너지 소모였다. 사람이 싫어. 사람과 얽히지 않는 일은 없을까? 그런 생각만 하며 지낸 나에게 그는 정반대의 말을 했다. 당연히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


"어?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무슨! 그럼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겠지."

"사람을 좋아하는 거랑 스트레스는 다른 영역이지. 좋아하는 일을 해도 스트레스는 받을 수 있어."

그는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점을 장점이라 말해줬다. 사람을 좋아하니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고, 그렇게 응원도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에 서서히 공감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그건 곧 내 안에 있으면서도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내가 가진 장점은 사실 나는 잘 몰라. 근데 누군가 말해주면 그런가? 하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의 말처럼, 장점은 나에게 너무 익숙해서 알아보지 못한다. 눈가리개를 한 것처럼. 앞에 있어도 손을 허공에 휘휘 저으며 이런 게 있었나조차 모른다. 주변 사람이 말해줬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나에게도 이런 반짝임이 있었다는 것을. 내가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반짝임으로 보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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