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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촉에 마음을 가득 담는 연말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12월

by 챤현 ChanHyeon

나이 먹는 게 싫은 30대 중반. 내년이면 이제 30대 후반으로 진입하는데, 이런 저도 12월에는 괜스레 마음이 들뜹니다. 마치 소풍 가기 전날의 기분 같다고나 할까요. 며칠 후면 한 살 더 먹는 마당에 설렘 가득한 연말이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추구하던 인간관계는 '좁지만 깊은 관계'였습니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게 어려웠던 저는 제 주변 사람들이라도 잘 챙겨서 깊은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했습니다. MBTI I인 제 성격과도 참 잘 맞는 인간관계입니다. 그런데 저도 현생이 바쁘다 보면 그 얼마 되지 않은 인간관계도 잘 챙기지 못하더라고요. 연말이 설레는 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잘 챙기지 못했던 지인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챙긴다는 건 참 특별한 감정을 갖게 합니다. 저는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합니다.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장을 쓰기도 하는데요. 예쁜 엽서를 찾아 문구점이나 소품샵을 돌아다닙니다. 마음에 드는 엽서를 찾았다면 아끼는 볼펜으로 소중하게 고른 엽서 뒷면에 한 글자씩 정성을 다해 꾹꾹 마음을 눌러씁니다. 요즘은 워낙 SNS나 메신저 앱이 잘 되어 있으니 쓸 말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펜을 잡으면 어찌나 그렇게 쓸 말이 많던지요.


마음이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말은 한 번 뱉으면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하라고 합니다. 대신 글은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고 하죠.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로 마음을 전할 때 한 글자라도 틀리면 다시 써야 합니다. 지우개로 지워도 자국은 여전히 남습니다. 결국 마음을 전하는 수단인 말이나 글은 모두 신중해야 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연락을 잘하지 못했던 이유도 어쩌면 솔직한 지금 내 심정을 제대로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 상대에게 신중하기 위해 오히려 시간이 늦어진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엽서를 쓸 때는 단어를 고르느라, 예쁘게 글자를 쓰느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시간만큼 받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 남았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12월도 소중한 지인들을 챙길 수 있는 시간으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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