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응원
오랜만에 옛 직장 동료 A와 통화를 했다. 반가운 목소리에는 기운이 없었다. A는 가끔 외근을 나왔다가 여유 시간이 있으면 나에게 전화를 걸었기에 오늘도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차를 내고 쉬는 중이라고 했다. 정확하게는 병가였다. 여느 아침과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길에 올랐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고 극도로 긴장하여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했다. 결국 회사로 가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한 때 A는 공황장애로 약까지 먹어가며 버텼다. 쉴 새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열심히 산 결과가 공황장애라는 사실에 A는 정말 많이 좌절했다. 그러나 A는 강했다.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했다. 나였으면 절대 저럴 수 없었을 것 같은데, A는 역시 자타공인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런 A가 요즘 매우 힘들어 보였다. 일에 의욕이 많은 A였는데 요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뭐든지 잘 해야 하고 한 번 맡은 일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A의 성격이 그를 더욱 구석으로 내몰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 흐르듯 살아가는 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으니, 내가 A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A는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로가 된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요즘 인간관계에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 전화를 기피하게 되는데 A의 전화만큼은 받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심각한 이야기에 그저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주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힘든 일을 나누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는 말이 맞는 듯 했다. 처음에는 기운도 없고 아프게만 느껴졌던 A의 목소리가 통화를 끝낼 쯤에는 조금 기운을 되찾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A에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널 위한 휴식을 가지는 게 좋겠어.' 라고 말해줬다.
살다보면 그렇다. 맡은 일은 잘 해내고 싶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 마음과 열정이 지나치면 나에게 독이 된다. 완벽주의는 양날의 검이니까. A는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쓸데없이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살았다고 말이다. A가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는 평소 내가 먹고 싶었던 유명 브랜드의 케이크를 선물했다. 직접 얼굴을 보며 전해줬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기프티콘으로나마 마음을 전했다.
'힘내'라는 응원은 가끔 오히려 더 무거운 마음의 짐이 되기도 한다. 이미 충분히 열심히 힘내고 있는 사람에게 저 말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거야?' 라며 더 부담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힘내'라는 말 대신 '물 흐르듯 편하게 살자' 고 내 나름대로의 위로와 응원을 건넸다. A가 너무 애쓰지 않고 조금은 흐르는 물처럼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