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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찾아, 굳이DAY

낭만 없는 삭막한 사막 속에서

by 챤현 ChanHyeon

꽤 예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글. 가수 우즈가 '굳이DAY'라는 말을 썼다.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굳이?' 싶은 일들을 하는 날이라고 한다. '돈 많고 여유로운 사람들이나 하는 일 아냐?' 하며 냉소적으로 생각했다. 연예인들이 하는 것들은 대부분 돈과 여유가 있어야 하니까. 그러나 그 내용을 읽고 보니 꽤나 낭만적인 단어였다. (내 선입견에 무한한 반성.) 특히나 요즘처럼 낭만을 즐길 여유조차 없는, 그야말로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굳이DAY가 일상의 휴식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저 단어를 사용하기 전에도 나는 '굳이'스러운 일들을 많이 했다. 그중 하나가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였다. 대학생 시절 처음 사귄 친구의 제안으로 방학이면 아날로그 감성을 가득 담아 편지를 주고받았다. 네이트온과 문자 메시지로 하루에도 차고 넘치는 대화를 하던 나와 친구였지만 편지는 또 나름대로의 감성이 있었다. 때로는 쓰기 귀찮고, 때로는 쓸 말이 없어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도 나중에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부산에 살고 있는 나에게 바다는 언제라도 볼 수 있어 큰 감흥이 없다.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려면 모래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는 것도 싫고 굳이 바다를 가까이에서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1년에 한 번을 갈까 말까. 그런데 며칠 전에는 그 '굳이'를 이겨내고 가까이에서 바다를 바라봤다.

KakaoTalk_20241223_231750975.jpg 겨울바다가 주는 낭만은 또 다르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시리도록 눈부신 푸르름이 나를 껴안아줬다. 바닷바람은 매섭도록 차가웠지만 그게 또 겨울의 낭만이라서. '아, 이래서 사람들이 겨울 바다 노래를 부르는구나.' 벗어날 수 없는 시린 아름다움이 물 밀듯 밀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바다만 쳐다보고 있던 날도 있었다.


매년 1월 1일마다 해돋이를 보러 가는 것, 예쁜 카페에서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셀카를 찍는 것, 특별한 날에는 엽서를 쓰는 것... 모두 나만의 '굳이DAY'다. 낭만과 감성이 사라져 건조한 피부처럼 갈라져 버린 마음에 여유를 주는 날. '굳이 그런 걸 해야 해?'라고 물음표를 던지기보단, '이런 날 아니면 언제 해!'라며 느낌표를 던지는 하루를 만들어 보자. 추억으로 행복해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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