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렇게 조금씩 멀어져 간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

by 챤현 ChanHyeon

세상에 영원이라는 단어가 과연 존재할까?

어렸을 때부터 소심했던 나는 인간관계를 굉장히 소중히 여겼다. 친구가 많을수록 좋다거나,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에서는 아니었다. 그저 내 인연을 최대한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게 너무나 어설펐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인연이라도 잘 관리해야겠다는 게 어릴 적부터의 내 생각이었다.


흔히 30대가 되면 슬슬 인간관계도 정리되기 시작한다고 한다. 학창 시절의 인연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그저 마음만 맞으면 친구가 된다고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조건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더 멋지고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었다. 지금 스마트폰 연락처를 열어보면 대부분은 20대 이후의 인연이다. 그래서 저 말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면 조건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말에는 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며 A를 알게 되었다. A는 타지에서 온, 나보다 4살 많은 누나였다. 일이 끝나면 서로 캔맥주 한 잔 마시며 오늘의 짜증을 푸는, 그런 낙에 우리는 가까워졌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후에도 나는 A와 꾸준히 연락하며 참 좋은 인연을 만났음에 감사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이런 인연은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소중했다. 그런 내 생각과 달리, A가 결혼한 후로는 연락이 뜸해졌다. 아니, 원래도 그랬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결코 A가 나에게 먼저 연락하는 일은 없었다. 어쩌면 나 혼자 소중하게 생각했던 관계였을까? 우리의 어쩌면 위태로웠던 관계는 A의 결혼을 기점으로 끝났다.


비단 A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어떻게 친해졌든 상황이 변하고 사람이 변하면 관계는 자연스럽게 바뀐다. 그저 우리의 처음을 생각하면 아쉬울 뿐이다. 영원은 어디에도 없구나. 그저 환상이었을 뿐이구나. 나에게 주어진 인간관계를 소중히 하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까지 붙잡을 순 없다. 인생, 참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인간관계에서도 느낀다.


어제, 다른 친구 B와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B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친구가 나에게 먼저 연락하진 않더라. 씁쓸해. 이렇게 멀어진다니."


B의 말을 들으며 나는 씁쓸한 맛이 입 안에 감돌았다. 그래도 이내 쓰디쓴 입을 매만지며 B에게 말했다. 그래도 우린 아직 계속 이어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작 이모티콘 하나에도 편견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