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변치 않아
그 꽃은 이름도 몰랐고, 향도 거의 없었지만 이상하게 이끌렸다.
한낮의 더위가 꺾이는 오후 5시, 나는 조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발목이 아파 2월부터 조깅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나는 살도 쪘고, 체력도 다시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 몸을, 그 체력을 되살리고자 다시 조깅을 시작했다. 자주 가는 코스에는 노란 들꽃이 피어 있다. 나는 그 꽃의 이름을 모른다. 큰 꽃의 존재감이 커 나는 달릴 때마다 그 꽃에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오늘도 이 자리를 지켜줘서 고마워.
조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생소한 꽃을 마주했다. 분명 이 자리에 피어 있었겠지만 아마도 내가 시선을 주지 않았기에 생소했으리라. 조그맣게 그 존재감을 뽐내며 피어 있는 꽃. 나는 물론 이 꽃의 이름도 모른다. 아무도 이 꽃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 그래도 조용히 길 한 구석에 피어 있다. 나는 이 꽃의 이름도 몰랐고, 향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도 끌렸다. 이름을 알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름다운 것으로 충분했다.
이름을 몰라도 이 꽃이 예쁘다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이름 없이도, 이름을 몰라도 세상에는 빛나는 존재가 이토록 많다. 우리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규정하려고 한다. 설명하고 정의하고 이해하려 한다. 그러나 어떤 감정이나 가치는 굳이 설명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 내가 이 꽃의 이름을 몰라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아름다움은 어쩌면, 우리가 이 꽃에 이름을 붙이기 전에 이미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름 모르는 꽃을 내일도 마주할 것이다. 아마 내일도 나는 이 길을 지나며 한쪽 구석에 피어나 있는 이 꽃에 시선을 빼앗기겠지. 눈이 조금 열렸고,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이 불편하지 않았다. 아름답다는 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 이름을 찾아볼까 싶어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려고 했다가 이내 생각을 고쳤다. 평생 그 이름을 모르기로. 그리고 궁금해하기로. 그래야 더 자주 보게 될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