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은 맞지만 섭섭해

꼬여버린 감정은 어떻게 풀어야 하지

by 챤현 ChanHyeon

동생의 스마트폰을 썼다. 말도 없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잠깐이면 되니까.

공기계라 당장 쓸 일도 없는 스마트폰이었다.

말하고 쓰는 게 옳은 순서였지만 곧 돌려줄 거라 괜찮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건 철저한 내 입장에서의 계산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동생과 대화할 일이 생겼다.

나는 지금이라도 말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조금만 더 써도 되냐고 동생에게 물으니, 동생은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 아예 주겠다고도 했다. 대신 "나중에 밥 한 끼 크게 쏴!"라고 말했다.

동생의 화끈한 태도에 나는 공짜로 공기계가 생겨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 사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고민이 해결되어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다음날, 동생은 나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제의 입장이 갑자기 바뀐 것이었다.


"오빠가 나한테 먼저 말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생각해 보니까 기분이 좀 그렇네. 그냥 돌려줘."


이해했다. 나였어도 기분 나빴을 법했다.

그래서 돌려줬다. 사과도 빼먹지 않았다. 말도 없이 써서 미안하다고.

그런데 나도 참 간사하다. 스마트폰을 주겠다고 했는데 다시 돌려달라고 하니 마치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내가 분명 잘못했는데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이 이상한 감정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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