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한 장과 저작권
2000년대 초, 격변의 시기를 거쳐 온 사람에게는 가슴 두근거릴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P2P 공유 서비스'.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던 그 시절, 책이나 음악, 영화 등의 미디어를 P2P 공유 프로그램으로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2003년,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일본문화개방에 맞춰 케이블 음악 채널에서는 J-Pop 방송이 나왔다. 나는 그 방송에서 우연히 한 가수를 보고 말 그대로 '폭싹 빠져'버렸다. 일본에서 유명한 것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사람들이 많은 가수, 아무로나미에다. 예쁜 외모, 격한 춤, 그리고 K-Pop과는 조금 다른 J-Pop만의 매력. 나는 그녀의 음악을 듣고 신세계를 경험한 듯 빠져들었다. 게다가 2004년에는 내한 공연으로 신선한 충격까지 안겨줬으니, 그녀의 팬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녀의 음악을 모두 듣고 싶었던 나는 P2P 공유 서비스에 손을 댔다. CD를 구매하지 않아도 클릭 몇 번이면 음악 파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멜론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그런 게 없었다.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음악을 다운로드하는 것,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어린 생각으로 법을 애써 무시했다. '걸리지 않으면 되는 거 아냐? 신고만 받지 않으면 될 일이지.' 한 사람의 가벼운 생각 정도로 치부했고, 그 심각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나와 같이 J-Pop을 좋아하는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나는 당당하게 아무로나미에의 팬이라고 말했다. 그 친구는 내 말을 듣고는 "그럼 CD도 사겠네?"라고 말했다. 친구의 말에 나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었다. "CD? 아니, 사본 적 없는데?" 친구는 내 말에 격분했다. 사람 얼굴이 갑자기 이렇게 붉어질 수 있구나.
"진정한 팬이라면 CD는 사야 하는 거 아냐? 그게 네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일이야!"
CD를 아예 사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소장하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CD나 테이프를 구매했다. 그러나 이게 저작권을 지킨다는 생각에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저 이 노래를 오래 듣고 싶다는, 일종의 소장욕구였다. 친구의 말은 나에게 큰 울림을 선사했다. 저작권을 지키는 것, 곧 좋아하는 것을 지키는 것이구나.
그날 이후 나는 아무로나미에의 신곡 발매 소식이 들리면 그에 맞춰 CD를 한 장씩 꼭 구매했다. 저작권이라는 단어도 그제야 내 마음에 들어왔다.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 친구의 말은 나를 깨우쳤다. 좋아하는 마음만 가지는 것은 곧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저작권은 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음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 이제는 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기본임을. 내가 창작자를 응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내가 저작권을 지키기 시작한 것은 CD 한 장이었지만, 이제는 그 마음으로 창작자를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