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우면 아무것도 못 쓰니까
한 번에 잘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걸음마도 몇 번은 일어서고 넘어지는 걸 반복해야 겨우 한 걸음을 뗀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한 번에 잘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걸음마도, 글씨를 쓰는 것도, 젓가락질을 하는 것도. 지금은 당연하게 하는 것들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사람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간사하다고 해야 하나? 뭐든 처음부터 잘하고 싶어 한다. 한 번에 잘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글쓰기에서도 그 욕심이 드러난다. 욕심이다. 지극히 사람다운 욕심.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내가 갑자기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처럼 눈에 쏙 들어오고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나는 욕심이 많다.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고 오로지 마음속으로만 빌었다.
'잘 쓰고 싶어요!'
마음속 외침은 십 리 밖에서 들릴 것처럼 컸지만 손가락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욕심은 넘치는데 노력은 굼뜬다.
'불안'과 '용기'라는 두 개의 테마를 받은 나는 각각 7개의 소목차를 정했다. 그럼 총 14개의 글을 써야 한다. 샘플 원고를 하나 써서 공유했는데 썩 괜찮은 반응이 나왔다. "완벽하진 않지만 다듬으면 충분히 책으로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피드백을 받고 나는 안심했다. 처음으로 나에게 느낀 안정적인 감정이다. 참고 도서를 읽고, 다른 작가님들의 샘플 원고를 읽으며 문장의 톤을 맞추려 노력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키보드에 손을 올려두고 글을 쓰려고 하니 막상 머리에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앞질러 가버린 것이다. 덕분에 글은... 네, 아주 망쳐버렸습니다.
아무리 읽고 또 읽으며 고쳐보려고 해도 "음, 아닌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매일 하나씩 쓰면 2주 만에 다 쓸 수 있겠다며 좋아했지만, 계획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계획이라고 한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14편의 글은 일견 많지 않아 보였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니 은근히 많았다. 다른 작가님들도 이럴까? 나는 초보작가의 고충을 작가님들에게 토로했다. 그때, 이현정 작가님이 이렇게 말했다.
"글은 막 쓰고 봐야 해요. 막쓰주의!"
막쓰주의. 글은 막 써야 한다는 말이다.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글은 원래 쓰면서 실력이 늘어가는 것.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 없다. 쓴 후에 고치면서 점점 나은 글이 탄생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다가 오히려 지금의 나처럼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손만 덜덜 떨다가 하루를 끝내버린다. 다들 이런 경험은 한 번씩 있겠지? 키보드 위에 손가락만 올려두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던 나에게 "막쓰주의!"라고 외치는 이현정 작가님의 말은 짜릿한 일침이었다.
결심했다. 그래, 완벽주의는 나에게 필요 없어! 완벽하게 망쳐보자! 어차피 고쳐야 하니까!
그렇게 나는 키보드 위에 우두커니 올려둔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설프고, 부끄럽고, 어디 보여주기 창피한 글을 마구마구.
이게 초고 작성의 시작이었다.
*어제 쓴 글을 수정했습니다. 좀 더 낫게 고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