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밥상 차리는 사람들

책 한 권을 완성하려면 많은 요리가 필요해

by 챤현 ChanHyeon

초고에만 집중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과제 산더미였다.

공저라고 해서 누군가가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지는 않았다. 네 명의 작가가 똘똘 뭉쳐 아이디어를 내고, 서로 채찍과 당근을 반복하여 으쌰으쌰, 응원했다. 마치 각자 자신 있게 만든 음식을 가져와 맛있는 요리 한 상을 차리듯 움직였다.


우리는 '철학을 가미한 힐링 에세이'가 책의 테마이다 보니, 철학자의 명언이 한 소목차당 하나씩 들어갔다. 그 말은 곧, 출처가 분명한 철학자의 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지만, 그 정보가 모두 진실은 아니다. 이 말이 분명 철학자가 한 말이 맞는지는 내가 검증해야 했다. 여기서 챗GPT의 힘을 빌렸는데, 얘도 바보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명언을 챗GPT에게 건네고 '이 명언들이 정말 이 철학자가 한 말이 맞아? 그럼 출처를 분명하게 알려줘. 책이든, 연설문이든.'이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죄송합니다. 이 명언은 출처가 불분명한 말입니다.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어쩜 하는 말마다 '죄송합니다. 다시 찾아보겠습니다.' 일까? 나는 사과를 바라지 않아.

제발 제대로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네 명의 작가가 하나의 책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다. 네 명이 마치 한 명처럼 보이도록 문체도 맞췄다. 평어체로 쓸 것인가, 경어체로 쓸 것인가. 서로 비슷한 내용이 있으면 수정하기도 했다. 우리 책의 결론은 '소중한 그대여, 힘냅시다!'니까, 비슷한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개성을 불어넣어 비슷해 보일 수 있는 내용을 각자 다르게 보일 수 있도록 애썼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단체 카톡방에 별똥별처럼 쏟아졌다.


나는 초고를 쓰는 족족 작가님들에게 보여 피드백을 받았다. 작가지망생이 잘 걸린다는 '내글구려병'은 나를 피해 가지 않았다. 나는 글을 써서 업로드하면서도 '피드백이 한가득 있겠지?' 걱정만 했다. 창작 활동을 가장 오래 하신 이영탁 작가님이 주로 내 피드백을 맡아주셨는데, 뒤에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 기분이었다.


"점점 문장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문맥을 들여다보고 쓰면 더 좋아질 거예요."


'내글구려병'도 이겨낼 수 있는 피드백이었다. 이영탁 작가님은 고래보다 덩치가 큰 나도 춤추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고 하여 글이 쭉쭉 써지는 건 아니었다. 병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법. 철학자 명언도 체크해야 하고, 초고 써서 받은 피드백도 반영해서 글을 수정해야 한다. 소목차도 중간중간 변경하여 구조를 더 짜임새 있게 바꿔가기도 했다.


초고는 쓰레기라고 했던가? 하지만 쓰레기도 멋진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그 사실을 실감한 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개월이 지난 8월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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