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상냥함이 사라졌다고요?

AI에게 너무 의존하면 안 되는 이유

by 챤현 ChanHyeon

샘플원고가 통과된 후, 나는 초고를 쭉쭉 쓰기 시작했다.

매일 잘 써지진 않았지만 마감일까지는 어찌어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추석이 끼어 있어 온전히 글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적어도 내 글이 이상하다는 평가는 받지 않았으니 이 기세를 이어가면 될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게 착각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총 14개의 글을 써야 하는 상황. 매번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생각하는 의도를 문자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꿈쩍도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이 아마 이런 고충을 겪는 거겠지? 창작은 원래 고통이라잖아. 부디 나만 아픈 건 아니라고 해줘요. 나도 아픈 건 딱 질색이라고요.


통과한 샘플원고도 다시 읽어보면 고치고 싶은 부분 투성이었다. 원래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나아진다고 하니, 지금 손본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다만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나는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 냈다. AI의 힘을 빌려보는 것. 일단 원고를 마구마구 써서 AI에게 퇴고를 요청해 보자. 멍청한 신입사원이 과연 얼마나 일해줄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어라? 나보다 어째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AI의 도움 덕분에 나는 마감일에 맞춰 14개 분량을 모두 완성할 수 있었다. 어차피 첫 초고를 그대로 책으로 내진 않을 거니, 퇴고에 힘을 쏟으면 된다는 게 내 얄팍한 생각이었다. 얼른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마음에 공유 문서에 내 원고를 올렸다.


"작가님, 질문이 있어요."


며칠 후 이영탁 작가님에게 연락이 왔다.


"네, 작가님."

"혹시, 챗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나요?"


아차, 일단 초고를 완성하고 고치면 되겠지 싶었는데 티가 너무 났나 보다. 나는 솔직히 실토하기로 했다.


"네. 도움 받은 파트가 좀 있어요."

"문장에 번역투가 많고, 작가님 스타일이 아니라서 난감했어요.

작가님만 괜찮으시면, 좀 늦더라도 다시 쓰는 게 어떨지요."


이영탁 작가님은 차분하면서도 날카롭게 나를 가르쳐 주셨다. 요행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역시 글은 사람이 써야 한다. AI에게 너무 의지한 나는 이렇게 쿡, 옆구리를 찔렸다. 하긴, AI가 쓴 글을 책으로 내면 누가 읽어줄까. 섣부른 판단이 부른 참사다.


"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작가님만의 상냥함이 없어서 엄청 놀랐습니다."


이영탁 작가님은 마지막에 칭찬 한 줄도 덧붙였다.

내 글에서 상냥함이 느껴진다니. 그 말을 듣고 나는 AI가 쓴 글을 내 원고에서 없애기로 했다.

역시 에세이는 직접 써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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